전원상실 12분… 고리원전 어떤 상태였나

전원상실 12분… 고리원전 어떤 상태였나

입력 2012-03-14 00:00
수정 2012-03-1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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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로 멈추고 핵연료봉 교체위해 ‘남은 열’ 식히던 중

지난달 9일 고리 1호기 원전에서 약 12분동안 전력 공급이 끊기는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원전 안전성과 보고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과 불안이 일고 있다.

거의 사고 한 달 뒤인 지난 12일에야 원전 운영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이 사실을 보고받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이제 막 조사에 착수한 상태여서 정확한 사고 원인이나 위험 수준 등을 거론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다.

그러나 안전위나 정부,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보고된 내용을 바탕으로 실제 사고의 위험 정도보다는 안일한 인식과 경보체계의 허점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14일 원자력안전위와 한수원 등에 따르면 사고 당시 고리 1호기는 계획예방정비기간(2월4일~3월4일)을 맞아 원자로를 멈춘 상태에서 핵연료 교체를 준비하는 상황이었다.

원자로 가동을 정지한다는 것은 원자로의 ‘노심(爐心;reactor core)’에서 일어나는 핵분열, 즉 핵연료 우라늄의 원자핵이 중성자와 결합해 둘로 쪼개지면서 에너지가 발생하는 과정을 멈춘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노심에 제어봉을 집어넣고 중성자를 흡수해 새로운 핵분열 반응을 차단한다.

한수원은 예방정비기간 첫 날인 지난달 4일 오전 10시23분 원자로를 멈춰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사고 당일인 지난달 9일까지는 노심에 ‘남은 열(잔열)’을 제어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제어봉 투입으로 새로운 핵분열은 일어나지 않더라도 이미 반응이 시작된 연료봉에서 남은 분열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원자로에 냉각수를 채우고 펌프를 통해 냉각수를 순환시키며 열을 식히는 것이다.

그러나 사고 당일 오후 8시 34분쯤 발전기 보호계전기 시험 도중 외부전원 공급이 갑자기 끊겼고, 비상디젤발전기마저 돌아가지 않아 발전소 전원이 약 12분동안 들어오지 않았다.

물론 전원 상실 때문에 펌프가 작동되지 않아 원자로 잔열을 잡기 위한 냉각수 순환도 이뤄지지 않았다.

잔열이 잡히지 않으면 노심의 온도가 계속 올라가고 3천℃ 정도에 이르면 연료봉(우라늄) 등 노심 자체가 녹기 시작할 수 있다. 이른바 ‘노심 용융’인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지만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전원상실과 함께 냉각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실제로 벌어진 상황이다.

그러나 고리 1호기의 전원 상실 상태가 12분이상 지속됐더라도 노심 용융 등의 심각한 상황이 실제로 발생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원자력안전위 관계자는 “외부 전원 공급이 끊긴 것이지 외부에서 끌어올 수 있는 전원 자체가 없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후쿠시마와는 많이 다르다”며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전원 상실이라는 비상 상황을 대비한 비상디젤발전기마저 작동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큰 문제로 철저히 원인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도 “작업자의 조작실수로 외부전원 차단기가 끊기고, 디젤발전기가 작동되지 않았지만 당시 외부전원이 계속 살아있었고 또 다른 대체 비상디젤발전기 가동이 가능했기 때문에 원전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보고 체계의 허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다. 원전 사고는 원칙적으로 즉시 보고와 경보가 이뤄져야함에도 경보는 커녕 한달동안 보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원자력안전위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실제 위험 레벨(수준)보다는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홍 장관도 “관계법령에 따라 사소한 것이라도 보고해야 하는데 즉각 보고하지 않은 것은 분명히 문제였다”면서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가 마무리되면 관계자에 대한 엄중 문책을 포함해 제반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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