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순화 유급 주부지원단도 운영..‘여론조작’ 의혹
한국전력이 민원에 대처한다는 명목으로 주민의 정치적 성향까지 파악하라는 지침을 만들어 논란이 일고 있다.한전은 송·변전설비 개발사업에서 생기는 민원 대처법을 담은 ‘개발사업 민원응대 절차서’를 올해 4월 초 작성했다.
절차서는 주민과의 갈등을 풀기 위해 민원대책팀을 구성하도록 했다.
설비 입지선정위원회에 해당 지역 출신 간부를 참여시키고 전문가에게 갈등관리 기법을 교육받아 활용하는 등 여러 접근법을 제시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절차서가 사업 예정지의 ‘주민 정서 지도’를 작성하라고 규정했다는 것이다.
전력 시설에 대한 주민의 호감도는 물론 정치적 성향과 의식 수준까지 파악하고 여론주도 단체의 성향도 조사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20대 후반∼50대 후반의 기혼여성으로 ‘지역 여론순화 주부지원단’을 조직해 여론을 살피거나 사업을 홍보하게 하고 활동비를 지급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에 따라 조직적으로 주민의 정치 성향을 파악하고 돈으로 여론을 조작하려는 시도는 군사독재 시절의 행태를 버리지 못하는 한전 간부들의 의식 수준을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토론, 정보공유, 쌍방향 소통 등을 거쳐 합리적으로 갈등을 풀기보다는 구시대적이고 일방적인 방식으로 쉽게 민원을 관리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16일 “주민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다는 취지인데 정치성향이나 여론순화 등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것 같다”며 “절차서는 담당자가 자기 업무를 정리한 것으로 해당 부서 참고용일 뿐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주부 모니터 요원 등은 소비자서비스에 참고하기 위해 때때로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