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내구재 소비증가율 44개월래 최저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줄어들어 옷이나 신발 등 유행을 타는 준내구재 소비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이 때문에 의류업체와 유통업체 실적이 부진한 모습을 이어가며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3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통계청에 따르면 의류 제조업체 영원무역홀딩스, LG패션, 진도 등의 3분기 영업이익은 감소하거나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LG패션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89억원으로 작년 3분기(91억원)보다 2.4%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LG패션은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이어 3분기까지 3분기 연속 실적 감소세를 보였다.
‘노스페이스’ 브랜드를 보유한 영원무역홀딩스는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1천52억원으로 작년 동기(1천20어원)보다 3.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회사도 1분기 실적은 작년 동기보다 줄었다가 2분기에 소폭 늘어난 상태다.
또 진도는 1분기 110억원 흑자에서 2분기 22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3분기 실적 전망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이 회사는 작년 2분기에도 적자를 냈지만 1억원에 그쳤다.
의류업체 실적이 이처럼 부진한 것은 소비자들이 유행을 좇아 새 옷을 사기보다는 새롭게 고쳐입는다든지 ‘알뜰형’ 소비에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류를 비롯해 가방, 신발, 가방 등 몇년에 한차레씩 교체하는 준내구재 물품 소비는 크게 줄어든 상태다.
지난 8월 준내구재 소매 증가율은 작년 동월대비 -4.2%로 2008년 12월(-14.2%) 이후 44개월래 최저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1월(-0.6%), 4월(-0.7%), 6월(-0.3%)과 함께 벌써 네번째 마이너스 성장이다.
음식료품, 차량연료, 의약품 등의 비내구재는 경기가 좋지 않아도 쉽게 줄일 수 없고 자동차, 가전제품, 컴퓨터, 통신기기 등의 내구재는 목돈이 필요하지만 무리를 해서라도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내구재 8월 증가율은 3.5%였고 비내구재는 -0.9%로 준내구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었다.
9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로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9%), 의복 등 준내구재(1.9%), 승용차 등 내구재(0.5%)가 모두 늘어 전체적으로 1.5% 증가했다.
작년 9월보다는 내구재가 8.5%, 비내구재는 1.4% 늘었고, 준내구재는 2.2% 줄었다.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은 실물지표가 부진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하면서도 “세계경제 둔화 우려가 지속되고 국내 소비ㆍ투자 심리회복도 지연되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추위가 성큼 다가와 겨울옷 판매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의류업체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올해 4분기 LG패션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580억원으로 작년 동기(376억원)보다 54.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베이직하우스는 4분기에 25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작년 같은 분기보다 실적이 67.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영원무역홀딩스는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874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4.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작년 겨울에는 소비 침체로 의류 경기가 좋지 않았지만 1년이 지나 이제 옷을 한차례 정도 바꿔 사입을 때가 됐다는 것이다.
하나대투증권 박종대 연구원은 “8월 의류판매가 작년 동기대비 3.7% 감소해 2008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줄어드는 부진을 보였고 의류산업 전반적으로 재고 부담은 여전히 높다”면서도 “겨울 신상품 판매가 시작되는 10월 실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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