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퇴직후 유방암 사망 여직원 마침내

삼성전자 퇴직후 유방암 사망 여직원 마침내

입력 2012-12-15 00:00
수정 2012-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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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발병 직접관계 못 밝혀도 영향 가능성만으로 인정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하다 퇴직한 뒤 유방암으로 사망한 여직원에게 산업재해 판정이 내려졌다. 현재 진행 중인 ‘백혈병 산재 소송’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근로복지공단은 14일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4년여 동안 일하다가 퇴직한 지 9년이 지난 2009년 유방암 진단을 받고 지난 3월 사망한 김모(36)씨에 대해 산업재해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공단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유기용제(탄화수소, 알코올 등 호흡기를 거쳐 체내에 들어가 피로, 식욕 부진 등을 일으키는 물질) 및 방사선 노출, 교대근무가 유방암과 연관성이 높다는 자료를 근거로 복합적으로 판단할 때 사망 원인과 업무 간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산재 인정 배경을 설명했다.

김씨는 1995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2000년 1월까지 4년 8개월 동안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근무한 뒤 2009년 유방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던 중 올해 3월 3일 숨졌다. 유가족들은 사흘 뒤인 6일 산재를 신청했다.

공단은 지난 3일 김씨에 대한 산재 인정을 의결한 뒤 4일 행정처분을 담당하는 경기 평택지사로 판정서를 보냈다. 평택지사는 삼성 측으로부터 유족급여 지급과 관련해 필요한 평균 임금 내역 등 관련 서류를 넘겨받아 전산 작업을 하고 있다. 유족급여는 17일 안에 지급될 예정이다. 유족들이 받게 될 연금은 매달 약 200만원이다. 이번 판정은 업무와 발병 원인이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더라도 영향 가능성이나 정황만으로도 산재로 인정하는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유방암 등 암 관련 질환을 앓은 27명의 근로자가 공단에 산재 인정을 신청했다. 유방암으로 사망한 김씨를 포함해 지난 4월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에서 근무하다 재생불량성 빈혈에 걸린 김모(36·여)씨 등 2명은 산재를 인정받았지만 20명은 인정받지 못했다. 20명 가운데 10명은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공단은 5명에 대해 산재를 심의 중이다.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유방암을 산재로 인정한 의미 있는 판정”이라면서 “고용노동부는 방사선·화학물질 취급 노동자들의 직업병 예방대책과 야간노동 근절 등 적극적인 예방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판정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판정 근거가 된 방사선 노출과 교대근무 등은 발병 원인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명확한 발병 원인 없이 영향 가능성만으로 산재를 인정한 것”이라며 “근로자들의 보상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소송이 진행 중인 ‘백혈병’건 등과 관련해서는 “근로복지공단과 근로자 간의 소송”이라며 “삼성전자는 사업자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홍혜정기자 jukebox@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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