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눔 NEWS]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 해제’ 다시 수면위로

[생각나눔 NEWS]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 해제’ 다시 수면위로

입력 2012-12-25 00:00
수정 2012-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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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주식회사가 추세… ‘족쇄’ 풀어야, 반대-독점구조 개선이 우선 ‘시기상조’

한국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혀서다. 한국거래소는 1988년 민영화됐다가 독점적인 사업구조와 공적 기능 등을 들어 2009년 1월 다시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거래소 측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족쇄가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시기상조’라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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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다음 달 25일쯤 회의를 열어 공공기관 유지 및 해제 대상을 결정한다. 거래소를 공공기관에서 풀자는 해제론의 핵심 논거는 국제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슬로바키아를 제외하고는 모두 거래소가 주식회사 형태다. 한국거래소 측은 “시장 통합과 증시 상장에 소극적이었던 일본 도쿄거래소도 새해 1월 4일 상장할 예정”이라면서 “증시 규모가 세계 10위권인 우리 자본시장의 국제적 위상에 부합하는 경영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해제가 절실하다는 논리다. 이미 2006년과 2007년에도 거래소를 공공기관에서 제외했던 데다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 온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에도 위배된다는 것이다. 국제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금융업의 특성 등을 감안해 올 1월 공공기관에서 해제시킨 산업·기업은행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인다.

거래소 측은 “산은은 정부가 직접 소유한 지분이 9.7%, 정책금융공사 소유 지분이 90.3%인데도 (공공기관에서) 해제됐는데 정부 지분이 전무한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묶여 있다는 건 모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강만수 KDB산은지주 회장은 “거래소는 독점 구조이기 때문에 산은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일축한다. 전문가들도 독점적 수익구조 및 지배구조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거래소는 기업의 상장 조건 충족 여부를 확인하고 그 조건이 유지되는지 감시·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사실상의 감독 권한을 지니고 있다.”면서 “민영화시키려면 이 권한을 떼내 감독기관으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행 독점적 사업구조 아래서 얻고 있는 막대한 이윤 역시 자신들(거래소 임직원)끼리만 나눠 가질 수는 없는 만큼 수익배분 논의도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청회 등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친 뒤 결론을 내려야 한다.”면서 “다만 지금의 우리 금융시장 여건 등을 감안하면 다소 빠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공기관 해제는 복수 경쟁체제 도입을 전제로 해야 한다.”면서 “지금과 같은 독점 형태로는 민영화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복수 거래소 도입 등을 뼈대로 한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을 집요하게 추진해 왔다. 하지만 18대 국회의 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 새 정부 들어 이 법안이 다시 시도될 경우 ‘거래소 공공기관 해제론’도 자연스럽게 다시 힘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복수 체제로 가더라도 우려의 목소리는 있다. 전효찬 삼성경제 수석연구원은 “민영화되면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지금의 (거래소) 경영상태로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거래소가 공공기관 해제와 지정을 반복했던 주된 요인 중의 하나도 방만경영 때문이었다. 거래소 측은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된 이후 고강도 경영혁신을 통해 상품수수료를 세계 최저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등 투자자 거래비용을 절감시켰다.”고 항변했다.

일각에서는 “거래소가 상장되면 외국인 자금(지분)이 대거 유입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성장의 과실이 엉뚱한 곳으로 나가게 될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결과적으로 ‘남 좋은 일만 시킬 것’이라는 얘기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2012-12-2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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