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감소세… 공적 신용보증으로 그나마 유지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급격히 줄고 있다.24일 한국은행과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은행들의 기업 대출 잔액은 646조 4000억원이다. 이 중 중소기업 대출은 485조 9000억원으로 전체 기업 대출의 75.2%이다. 한때 90%를 넘었던 비중이 70%대로 뚝 떨어진 것이다.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2006년 91.4%였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009년 84.3%로 줄었다. 이후 2010년 82.0%, 2011년 78.2%, 2012년 75.1%로 계속 감소 추세다. 대기업 대출 비중은 상대적으로 2006년 8.6%에서 2013년 24.8%로 수직 상승했다.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방법은 은행 대출이 절대적이다.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474조 2000억원을 은행에서 빌려 전체 조달 금액의 98.8%를 의존했다. 그나마 정부의 신용보증 확대 정책이 없다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이 이 정도도 유지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중소기업연구원의 분석이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중 신용보증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11.6%(49조원)에서 2009년 15.3%(67조 5000억원)로 불어난 뒤 지금까지 15%대를 유지하고 있다. 김광희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기피를 정부가 공적 신용보증으로 메우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기피하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전성 관리’가 핵심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대출을 선호하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부실이 많이 발생한 조선·건설·해운 3대 업종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크게 줄어든 것도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PF 대출의 상당 부분이 중소기업에 물려 있어 은행마다 이를 정리하다 보니 전체 중소기업 대출 실적이 줄어들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2014-03-2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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