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국가소송제가 통일후 북한경제 재건 막는다?

투자자-국가소송제가 통일후 북한경제 재건 막는다?

입력 2014-04-13 00:00
수정 2014-04-1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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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선 의원 분석…북한 주민 우대정책 ISD 위배 소지정부 “FTA 협상 의제론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검토할만한 사안”

‘우리나라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이 통일 후 북한 경제 재건에 방해가 된다?’

박근혜 정부가 ‘통일 대박’을 외치면서도 정작 대외 경제정책의 핵심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는 통일에 대한 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회 외교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실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체결한 11개 FTA 협정문에서 통일 이후에 대비한 투자자-국가소송제(ISD)의 유보·예외 조항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이라면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인데 그나마 1년에 한두 차례 ‘한반도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열어 이를 논의한다는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통일 이후 ISD 적용 문제는 훨씬 복잡하고 광범위하다는 게 박 의원실의 문제의식이다.

현저히 낙후된 북한 경제를 재건하고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우리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북한에 차별적 혜택을 주는 정책이 불가피한데 이는 FTA의 각종 규정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

우선 ‘내국민대우’ 조항이 문제 될 공산이 크다. 이는 한 국가가 다른 나라의 국민을 자국민과 동일하게 차별 없이 대우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주민 우대정책이 투자자-국가소송제의 제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책에 따라서는 외국인 투자에 대해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를 규정한 ‘최소대우기준’이나 투자 인가의 조건으로 투자자에게 일정한 영업상 의무를 부담하는 ‘이행요건’ 조항 등도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이는 이미 보수 성향의 대한변호사협회도 지적한 사항이다.

이 단체는 2012년 7월 법무부에 제출한 ‘한미 FTA ISD에 대한 의견서’에서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정책이 내국민대우, 최소대우기준, 수용, 이행요건 등의 위반으로 상대국 투자자의 제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이 2004년 흑백 인종 간 경제적 불평등을 바로잡고자 흑인경제육성법 등 흑인우대정책을 시행해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제소당한 사례를 언급했다.

이 단체는 “통일 같은 사안은 국제관습법에 따라 ‘사정의 근본적인 변경’을 주장해 볼 여지가 있으나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며 “ISD 관련 사항은 별도 부속서에 ‘통일 후 1년 내 재논의’, ‘통일 후 북한 관련 정부 조치는 예외’ 등의 조항을 넣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정부도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통상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정확히 예상하기 어려운 통일 이후 문제를 FTA에서 관철하려고 한다면 협상 자체가 꼬일 수 있어 조심스럽다”면서도 “실무 차원에서 한번 검토해 볼만한 사안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북 교역·투자액이 가장 많고 북한 경제에 대한 영향력이 절대적인 중국과 FTA 협상을 진행 중이다.

박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통일대박론을 주창한 상황에서 한미 FTA ISD 수정 불가 방침의 토대가 된 최근 연구용역에서조차 통일 이후 ISD 적용 문제가 빠진 것은 문제가 있다”며 “통일 이후까지 고려해 FTA 협상 전략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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