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 제조업 성장 한계 서비스로 활로… ‘그때 그 대책’ 그림자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 제조업 성장 한계 서비스로 활로… ‘그때 그 대책’ 그림자

입력 2014-08-13 00:00
수정 2014-08-13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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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 서비스산업 육성안 배경

정부가 12일 내놓은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활성화 대책은 가처분소득 확대를 통한 내수 시장 활성화라는 ‘최경환 노믹스’의 ‘팥소’에 해당한다. 한계에 봉착한 제조업 대신 관광, 의료 등 유망 서비스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워 일자리를 만들고 이를 통해 성장의 과실을 서민 중산층에 돌리겠다는 정부의 복안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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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대책의 결과물은 ‘쉬어 버린 팥소’라는 우려도 나온다. 재탕 대책이 수두룩한 데다 증권사나 대형 병원에 유리한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이번 서비스산업 대책의 배경은 지지부진한 국내 투자의 물꼬를 서비스업으로 돌려놓는다는 것이다. 올해 2분기 설비투자는 직전 분기 대비 1.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4분기 수치(5.6%)의 4분의1에 불과하다. 건설투자 증가율도 0.6%로 경기회복을 감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는 자동차·반도체, 조선·화학 등 우리 경제를 이끌어 가던 제조업 분야의 성장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뜻이다.

결국 서비스산업을 대안으로 삼아야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도소매·운수 등 유통 서비스나 음식·숙박 등 소비자 서비스는 과당 경쟁에 따른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교육이나 의료 등은 규제의 벽이 높아 경쟁이 제한돼 있다. 서비스산업의 성장 기여도가 1990년대 수준만 유지했다면 경제성장률이 0.6% 포인트 추가 상승했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는 까닭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의료·보건 분야의 해외 진출 등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전략을 내놨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규제 완화를 통해 기존에 국내에만 머물렀던 서비스업 분야의 ‘파이’를 해외까지 키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책을 뜯어보면 재탕 정책이 상당수 발견된다. ▲제주도 등 투자개방형 외국 병원 유치 ▲영종도 등의 복합리조트 설립 지원 ▲해외 우수 대학 유치 등은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세부과제에서 이미 나왔던 내용이다.

서비스업종 발전의 효과는 떨어지지만 서민·중산층 대신 기업의 이익만 키우는 규제 완화도 종종 발견된다. 대표적인 사안은 현재 ±15%인 증시 가격제한폭을 ±30%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는 “도입된 지 15년이 넘은 데다 시장의 역동성을 키우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가격 변동 폭이 커지면서 주가조작 세력이 활개를 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미국 등이 양적 완화 조치를 거둬들이며 시장의 불안이 커질 수 있는 상태에서 쓸 정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우리 증시가 가격 변동 확대를 감내할 만큼 튼튼한지는 미지수지만 거래량 증가로 증권사들의 수익이 늘어날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말했다.

병원이 환자의 의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환자 개인의 동의가 전제돼야 하지만 병원들이 금융사처럼 고객 정보를 자의적으로 활용할 여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술을 받을 때 정보 제공 여부에 동의하지 않을 환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 “환자들의 질병 정보가 보험사 등으로 유출될 여지도 크다”고 우려했다.

대책에 따른 효과도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화역사공원(2조 6000억원) 등 8조 7000억원의 복합리조트 투자는 올해 초 이미 투자 규모가 확정된 사안이다.

경기 화성시 송산 그린시티에 국제테마파크를 유치하겠다는 방안은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IPv6 인터넷 주소 체제 확산 역시 민간기업이 적극 호응해야 현실화될 수 있다. 18조원의 투자 확대분 중 80%에 가까운 13조 5000억원이 ‘허수’인 셈이다. 15만개의 일자리 창출 역시 투자금액을 기초로 산출돼 근거가 허약하다.

박 위원은 “정부가 직종 간 칸막이 해소 등 민감한 문제는 회피한 채 갈등을 유발하지 않는 규제만 손댄 셈”이라며 “장기적으로 서비스업과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 마련에 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2014-08-1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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