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0조 베팅’ 후폭풍에 투자자들 망연자실

현대차 ‘10조 베팅’ 후폭풍에 투자자들 망연자실

입력 2014-09-22 00:00
수정 2014-09-22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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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5조원 증발…국민연금도 7천억원 손실 추정현대모비스 소액주주들만 1조4천억원 정도 날려

현대차그룹 ‘3총사’가 서울 삼성동의 한전 땅을 차지했지만 이들 3사의 주식을 가진 투자자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이들의 베팅액이 눈과 귀를 의심케 만들 정도인 10조원대로 확인됐고, 이는 순식간에 주가가 무너져 내리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큰 손 국민연금도 3사 주식 탓에 이틀간 7천억원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그룹은 노른자위 땅을 얻고 한전은 ‘돈벼락’을 맞았다. 또 서울시는 수천억원대의 세금수입을, 정부는 공기업의 재무구조 개선효과를 각각 보게 됐다.

그러나 소액주주를 비롯한 투자자들은 10% 안팎의 손실로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는 한전 땅을 10조5천500억원에 낙찰받은 날인 지난 18일 2만원(9.17%)에 이어 19일에도 3천원(1.52%) 하락했다. 이에 따라 이틀간 2만3천원(10.55%) 빠진 19만5천원으로 주저앉았다.

이틀간 현대차 시가총액은 5조원 증발했다.

현대차 컨소시엄이 써 낸 금액이 감정가의 3배에 해당했기에 시장이 깜짝 놀란 것도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기아차는 18일에 4천600원(7.80%) 떨어지고 19일 500원(0.92%) 반등했지만 이틀간 4천100원(6.95%) 하락하며 시총이 1조6천억 가량 감소했다. 현대모비스도 이틀간 2만6천원(9.32%) 빠지며 시총이 2조6천억원 내려앉았다.

국민연금은 이들 3곳의 5% 이상 주주에 해당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공시한 현대차 지분율은 8.02%(최종 변동일 2월26일 기준), 현대모비스 8.02%(3월7일), 기아차 7.04%(지난해 8월28일)이다.

공시한 이후 지분율 변동이 없었다는 가정 아래 이틀간 3곳의 주가하락에 따른 국민연금의 손실을 따져보면 총 7천300억원에 달한다.

현대차 주식 평가액이 4천61억원 줄어든 것을 비롯해 현대모비스와 기아차에서도 각각 2천29억원과 1천170억원의 평가손을 낸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물론 손해만 본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이 6.51%(3월31일)를 보유한 한전 주식의 가치가 뛰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전 주가는 호재에도 이틀간 1천450원(3.31%)만 올랐기에 국민연금의 보유지분 가치는 606억원 늘어나는데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한전 부지 ‘빅딜’에 관련된 현대기아차 3사와 한전 등 총 4개사의 주식 등락에 따라 국민연금이 이틀간 6천654억원을 잃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이 정도이므로 개미들의 손실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현대모비스를 예로 들면 지난해 말 소액주주 지분율이 56.84%(5천535만주)였던 만큼 이틀간 손실이 1조4천억원이 넘는다.

이번 부동산 매입에 대한 증권가의 평가는 그 금액 때문에 부정적이다.

엄청난 유보금 규모와 현금흐름 창출력을 고려할 때 이번 부지 인수에 따른 재무적 영향은 미미하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지만, 그보다는 감정가의 3배 수준인 베팅액 탓에 배당확대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실망감에 무게가 실렸기 때문이다.

정부의 세법 개정 추진에 따라 투자자들 사이에선 배당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한껏 부풀던 상황이었기에 허탈감은 가중됐다.

박영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3사의 총 순현금(현금성자산-총차입금)은 24조3천억원이며 3사는 연간 총 10조원 수준의 잉여현금흐름 창출여력이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3사에 대한 투자심리와 주가에는 부정적 영향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설비투자와 상관없는 땅 매입에 낙찰가능 수준을 훨씬 웃도는 거액을 지출했는데, 주주들로선 이를 상식적으로 용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10조원이면 연산 30만대 능력의 완성차공장 10개를 지을만한 돈이다.

박 연구원은 또 “낮은 배당성향은 이들 3사 주가에 대한 저평가의 핵심 원인이었다”며 “이번 투자는 최근 배당 개선 기대에 반하는 실망스러운 결정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예상을 크게 웃돈 입찰금액과 배당확대 가능성에 대한 신뢰도 약화 등을 반영해 이들 3사에 대한 목표주가를 8~10% 내렸다. 현대차는 30만→27만원, 기아차는 7만4천→6만8천원, 현대모비스는 38만→35만원으로 조정됐다.

조수홍 우투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실망한 이유는 풍부한 유동성 활용에 대한 생각(우선순위)에 있어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추가적인 주가하락 리스크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되나 추세전환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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