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A형에 한달가량 무방비사태…돼지로 번지면 속수무책

구제역 A형에 한달가량 무방비사태…돼지로 번지면 속수무책

입력 2017-02-13 13:56
업데이트 2017-02-1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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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A형 구제역 국내서 돼지에 발생한 적 없어…차단방역 최선” “O+A형 백신 정기수입물량 2월말~3월초 도착…시기 앞당기려 노력하겠다”

구제역 백신 공백 사태가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국내에서 7년 만에 발생한 ‘A형’ 구제역 바이러스를 현재 국내에서 사용 중인 백신으로 방어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보유한 ‘0+A형’ 백신 재고가 부족하고 조기 수입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일정 기간 ‘A형 구제역 무방비 상태’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 한숨 돌린 방역당국…“사용 중인 백신 효과 있다”

국내에서는 2000년 이후 여덟 차례 발생한 구제역 가운데 A형은 지난 2010년 1월 포천·연천 소 농가에서 발생한 6건이 것이 유일했다. 나머지 7차례는 전부 0형이었다.

2010년 1월 A형이 발생한 이후 그해 4월 강화에서 O형이 발생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거의 같은 시기에 O형과 A형이 동시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구제역을 둘러싸고 ‘백신 무방비’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에 연천에서 발생한 A형의 경우 지역형이 확인되지 않아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O+A’형 백신이 방어 효과가 있는지도 확인이 필요했다. 자칫 보유 백신이 방어 효과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면, A형 구제역 확산에 대처할 수 없는 백신 무방비 상태가 되는 셈이었다.

다행스럽게 연천에서 발생한 A형 바이러스는 국내에서 사용하는 백신 사용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준원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연천에서 검출된 A형의 13개 분리바이러스 가운데 11개가 국내 소에 접종 중인 ‘O+A형’ 백신의 A형 균주인 ‘A22 이라크’(A22 Iraq)와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당국은 세계표준연구소에 바이러스 시료(O형과 A형)를 보내 더욱 정확한 실험 결과는 1~2개월 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체 분석 결과 백신 적합도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구제역의 경우 같은 혈청형이라도 유전자 특성에 따라 여러 가지 지역형으로 나뉘기 때문에 같은 혈청형이라도 지역형에 따라 적합한 백신 종류가 달라질 수 있다.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에서 검출된 O형 바이러스의 경우 지역형이 ‘중동-남아시아(ME-SA)형 인도 2001(Ind-2001)’ 타입으로 확인됐으며, 기존에 국내에서 보유 중인 백신과의 적합성도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연천에서 발생한 A형 바이러스는 ‘ASIA/Sea-97’ 유전형으로, 지난해 베트남의 소·돼지 구제역 바이러스와 99.8%, 미얀마 소 바이러스와 99.7%의 상동성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0년 발생한 포천 바이러스와는 91.41% 상동성을 보였다.

◇ ‘0+A형’ 백신 물량 부족…조기 수입·돼지 확산 방지가 관건

일단 급한 불은 끈 셈이지만 문제는 남아있다.

정기 수입 물량이 들어오는 2월 말까지는 백신 물량 부족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소보다 전파력이 훨씬 강한 돼지로 구제역이 번지면 A형 백신 부족 상태는 훨씬 심각해진다.

당국은 애초 전국 소 283만 마리에 대한 일제 접종을 실시하기 위해 국내에 물량이 부족한 ‘O+A형’ 백신을 긴급 수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성과를 아직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현재 ‘O+A형’ 백신 재고량은 99만두분이며, 계약된 ‘O+A형’은 2월 말~3월 초에 160만두 분량이 들어온다고 농식품부는 이날 밝혔다. 이 백신이 3월초에 들어올 경우에 접종기간, 항체 형성기간 등을 감안하면 상당수의 소와 돼지들은 거의 한달 가량 A형에 무방비 상태에 빠질 수 있는 것으로 계산된다.

2월 말 이후 들어온다는 백신은 주거래처인 영국 메리얼사와 계약한 정기 수입 물량이며, 당국이 추진하던 조기 수입 물량과는 무관하다.

당국은 ‘O+A형’ 백신 160만 마리분을 이달 말까지 수입하기로 했지만, 현재 메리얼사로부터 재고 여부조차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외에 다른 국가에서도 A형 백신의 수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는 국내 발생 바이러스에 대한 적합성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당국은 구제역 백신 수입 다변화를 추진해 작년 8월부터 기존의 영국 이외 러시아, 아르헨티나에서 백신을 수입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영국 측과 계약 물량의 조기 수입을 위해 협의하는 동시에 다른 나라로 갈 물량을 우선적으로 우리에게 배정할 수 있는지도 알아보고 있다”며 “다른 수입처도 고려하고 있지만 효과를 먼저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A형 백신을 추가로 확보하려는 것은 돼지로 번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한 것인데 돼지의 A형 구제역 발생 가능성은 작다”고 덧붙였다.

2010년 포천·연천에서 발생한 A형 구제역은 소에서만 발생하였고 이번에도 아직 소에서만 발생했다.

국내 돼지 사육두수가 약 1천만 마리에 달해 330만 마리가량인 소보다 훨씬 많고 고기의 수입 대체율도 소보다 낮아 구제역이 발생할 경우 입을 피해가 소보다 훨씬 큰데도 당국이 A형 구제역의 돼지 확산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이유다.

그러나 지난 2016년 베트남 사례처럼 돼지의 A형 구제역 발생 사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010~2016년 세계적으로 발생한 A형 바이러스 87건 중 소에서는 84건(97%)이 발생하였고 돼지에서는 3건(3%)이 발생했다.

이론적으로는 국내에서도 A형 구제역의 돼지 확산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경험적으로 확률이 높지 않아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는 차원에서 돼지에는 A형 백신을 처방하지 않았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전북대 수의대 조호성 교수는 “그동안 경험적으로 볼 때 특정 유형의 구제역 바이러스가 소면 소, 돼지면 돼지같이 매해 한 동물에만 집중되는 경향이 있으며 올해는 소에게 집중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수입 물량을 기다릴 수밖에 없으며 장기적으로는 국산화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당장 중요한 것은 차단 방역을 통해 확산을 막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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