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대 시중銀 대우조선 여신 1년반 새 46% 줄였다

[단독] 5대 시중銀 대우조선 여신 1년반 새 46% 줄였다

백민경 기자
백민경 기자
입력 2017-02-13 22:26
업데이트 2017-02-1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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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총여신 현황 조사

5조 2093억→ 2조 8190억 ‘뚝’
유동성 위기에 엎친 데 덮친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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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빌려준 돈을 최근 1년 6개월 새 2조 4000억원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전 시점과 비교하면 거의 반 토막 수준이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여신 한도만이라도 예전 수준으로 복구시켜 달라”고 주장한다. 시중은행들은 “한도 증액은 신규 지원이나 마찬가지”라며 펄쩍 뛴다.

서울신문이 13일 신한, KB국민, 우리, KEB하나,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대우조선 총여신 현황’을 파악한 결과 2015년 6월 5조 2093억원이던 여신 잔액은 올해 1월 2조 8190억원으로 46% 감소했다. 2015년 6월은 대우조선 부실 문제가 본격화된 시점이다. 총여신은 ▲LC(은행이 일정 기간·범위 내의 금액에 대해 지급 보증을 약속하는 신용장) ▲RG(조선사가 배를 인도하지 못할 경우 미리 받아 놓은 선수금을 금융사가 대신 선주에게 돌려주겠다는 환급보증) ▲일반 대출금 ▲구매자금 ▲파생상품 등을 포함한다.

A은행이 1조 2991억원에서 6417억원으로 가장 많이(51%) 줄었다. B은행은 38%(1조 6407억→1조 158억원), C은행 43%(1조 4265억→8175억원), D은행 42%(4180억→2440억원), E은행 29%(4250억→3000억원)로 30~40%씩 각각 감소했다.

최대 얼마까지 여신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인 ‘총여신 한도’도 2015년 6월 6조 9741억원에서 2017년 1월 4조 3032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중은행이 기존에 약속한 대우조선 여신 한도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다. 사실상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 지원 ‘총대’를 메고 있는 상황에서 시중은행이 더 나서 달라는 주문이었다. 지난해 유동성 위기를 간신히 넘긴 대우조선은 오는 4월에만 44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또 돌아와 ‘4월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다. 시중은행은 은행별로 대우조선 여신 약정을 맺고 있다. 하지만 강제력은 없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 자본잠식 상태 등을 우려한 은행들은 실제 지원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은행들은 “일부러 (대우조선 여신을) 줄인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줄어든 것”이라고 반박한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대우조선 여신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RG인데 최근 1~2년간 신규 선박 수주가 거의 없었고 기존에 잡혀 있던 RG는 대우조선이 선박을 만들어 인도하며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여신 한도 역시 여신 잔액이 줄면서 자연스럽게 감소했다는 게 은행들의 항변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대우조선 수주액 50억 달러까지는 산은과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가 RG 발급을 맡기로 했는데 왜 시중은행을 끌고 들어가는지 산은의 속내를 모르겠다”면서 “자체 회생 가능성이 적은 기업에 대해 여신을 늘리는 것은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시중은행 여신 한도가 늘어나면 대외 신용도 등이 올라가 신규 선박 수주에 도움을 받으려는 의도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신을 추가 회수하지 말라”는 정부와 산은의 ‘경고’라는 해석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우조선 위기설이 파다하자 시중은행이 LC나 RG가 아닌 일반 대출금은 회수한다는 소문이 돌았다”면서 “KB국민, 우리, KEB하나은행 등을 합쳐 대출금이 6600억원가량 되는데 이를 회수하지 못하도록 미리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2017-02-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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