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부재’ 위기에도 예정대로 열린 삼성 사장단회의

‘총수 부재’ 위기에도 예정대로 열린 삼성 사장단회의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7-02-15 23:04
수정 2017-02-15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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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들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 미래전략실 오늘 영장심사 대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루 앞둔 15일 삼성은 수요 사장단회의를 강행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전날 오후 늦게 이 부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재청구해 사장단회의를 취소할 만한 물리적 시간이 없었기도 하지만, 초청 강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강사는 이우근 중국 칭화대 마이크로나노전자과 교수였다. 이 교수는 ‘중국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술 동향과 한·중 협력 방향’에 대해 강연을 하기로 돼 있었다. ‘총수 부재’의 위기 속에서 중국 사업 관련 강의가 귀에 제대로 들어올 리 만무했지만, 삼성은 최대한 예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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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가운데 15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회의를 마치고 삼성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로비로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전동수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사장), 정유성 삼성SDS 사장,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가운데 15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회의를 마치고 삼성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로비로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전동수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사장), 정유성 삼성SDS 사장,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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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삼성 계열사 사장들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으로 출근했고, 취재진으로부터 질문 세례를 받았다. 로비에는 방송 카메라 기자까지 진을 치면서 특검 현장을 방불케 했다. 로비에 들어선 삼성 사장들은 검찰에 소환된 것도 아닌데 포토라인에 선 것처럼 여기저기서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를 감수해야 했다. 어두운 표정으로 출근하던 사장들 입은 더 굳게 닫혔다.

회의는 예상됐듯이 깊은 침묵 속에서 진행됐다. 회의를 끝내고 나온 정칠희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사장)은 ‘오늘 강연 분위기가 어땠느냐’는 질문에 “별로…”라며 말을 흐렸다. 평소 기자들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하던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도 “지금 시점에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좋겠다”며 말을 아꼈다.

회의가 끝난 이후 서초사옥은 다시 침묵 모드로 바뀌었다. 수요일만 되면 찾아오는 시위대로 인해 바깥은 여전히 소란스웠지만, 미래전략실 임직원들은 고요함 속에서 16일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대비했다. 이미 한 번 경험했던 터라 이 부회장의 동선 확보 등은 비교적 수월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임직원 일부는 법원과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이 부회장을 직간접적으로 수행한다. 이 부회장과 함께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은 전담 변호사 및 법무팀의 도움을 받아 예상 답변을 준비하며 시간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삼성은 여러 차례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오너 3대 모두 구속된 적은 없다. 삼성은 “이번에도 구속은 절대 안 된다”는 절박함 속에서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각오다. 특검과의 치열한 법리 싸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7-02-1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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