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경제민주화 추진한다는 측면에서 새 별명 있었으면”“한 번의 선거로 후퇴하지 않을 지속 가능한 토대 만들 것”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작년 6월 공정거래위원회 수장에 취임하고서 임기 3년 반환점을 코앞에 두고 있다.![김상조 위원장, “소득주도성장 폐기 불가…정책보완은 당연”](https://img.seoul.co.kr/img/upload/2018/09/02/SSI_20180902103754_O2.jpg)
김 위원장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폐기로는 갈 수 없다”면서 “다만 정책이 유연하게 조율·보완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2018.9.2
연합뉴스
![김상조 위원장, “소득주도성장 폐기 불가…정책보완은 당연”](https://img.seoul.co.kr//img/upload/2018/09/02/SSI_20180902103754.jpg)
김상조 위원장, “소득주도성장 폐기 불가…정책보완은 당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폐기로는 갈 수 없다”면서 “다만 정책이 유연하게 조율·보완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201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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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폐기로는 갈 수 없다”면서 “다만 정책이 유연하게 조율·보완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201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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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한국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만난 김 위원장은 새로운 별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넉살 좋게 웃었다.
“이제는 국제회의에 참석해도 외국 사람이 다 제 별명을 알고 있어요. 해외 언론에도 다 나서 ‘Chaebol Sniper’라고 불리고 있어요.(웃음)”
이 별명은 김 위원장이 1999년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을 맡아 시민단체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래 근 20년 동안 이뤄낸 성과를 한마디로 요약하는 말이다.
소액주주운동, 재벌의 편법·불법상속, 전근대적 지배구조, 내부거래 등 문제를 학계가 아닌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하며 받은 ‘훈장’이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새로운 별명이 있었으면 한다고 생각하는 배경에는 그가 해나가는 일이 재벌 저격수라는 범위를 크게 넘어서기 때문이다.
“재벌 저격수라는 별명이 제 생각이나 활동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경제민주화, 재벌개혁을 합리적으로 추진한다는 측면에서 그에 걸맞은 별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김 위원장은 농담처럼 말했지만, 이 이미지에 가려 그가 이끈 공정위가 달성한 성과가 가려지는 역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공정위는 갑을관계 분야 제도 개선과 소비자 분야의 법 집행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개선을 끌어냈다.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의 영업지역을 일방적으로 줄이거나 변경할 수 없도록 금지하거나, 불합리하게 하도급대금을 주지 않았을 때 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요건을 확대하는 등 ‘갑질’을 막을 제도 개선에 힘썼다.
게임 사이트에서 ‘뽑기’형 아이템을 판매하면서 확률을 조작하거나, 공기청정기 성능을 과장 광고하는 행위, 숙소 예약 사이트에서 환불 조항을 넣지 않은 약관 등을 적발했다.
일상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영역에서도 김상조호(號) 공정위의 성과가 나타났지만, 상대적으로 묻혔다.
김 위원장이 최근 발표한 공정거래법 전부 개편안과 관련해 “개정작업의 핵심은 기업집단법제 개편이 아니라 경쟁법제와 절차법제 개선”이라고 평가하고 있음에도 세간의 관심은 재벌 규제 조항에 집중된 점도 이런 이유에서 설명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이미지 탓에 재벌개혁에 있어서도 ‘오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벌 규제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재계에서는 ‘쉴 새 없이 옥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반대로 소통을 통해 재벌의 자발적인 개선을 촉구하는 ‘포지티브 캠페인’ 전략을 사용하면 ‘친정’인 시민단체에서 비판했다. 심지어 ‘변절’이라는 단어까지 나올 정도다.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법 전부 개편안이 외부에 공개되기 전에도 “‘너무 기업을 옥죈다’, ‘너무 약하다’와 같은 상반된 비판이 제기될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실제로 그랬다.
“시민단체에서는 김상조 공정위가 왜 자꾸 포지티브 캠페인만 하냐고 하는데 절대 오해입니다. 첫째, 현행법의 공정한 집행으로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고 둘째, 그 방향에 자율적으로 부응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이 측면이 기업에도 코스트(비용)가 더 적은 방식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 포지티브 캠페인입니다. 그것으로도 안 되면 필요 최소한 범위 안에서 법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것. 이 세 가지 접근 수단을 일관되게 결합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렇듯 김 위원장은 평소 ‘일관’ 혹은 ‘지속 가능한’, ‘비가역적(되돌릴 수 없는)’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이는 그가 취임 직후부터 임기 마지막까지 추진할 방향을 담은 로드맵을 통해서도 읽을 수 있다.
그는 임기 1년 차에 행정부의 행정력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일, 2년 차에 국민적 공감대가 확립됐지만 법률 개정이나 예산이 필요한 일, 3년 차에 필요하지만 국민적 공감대가 강하지 않은 일에 각각 집중하겠다고 이미 취임 초기 공언했다.
이러한 로드맵에 맞춰 김 위원장은 1년 차에 갑을관계 해소에 집중했으며 현재 2년 차에는 38년 만에 처음으로 공정거래법 전부 개편안을 완성해 입법 예고했다. 3년 차인 내년에는 공기업 불공정행위 바로잡기에 나설 방침이다.
김 위원장이 재계나 시민단체 양측의 비판에도 이렇듯 ‘마이 웨이’를 가는 것은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성과 내기 위해서다.
“한 번의 선거로 후퇴하지 않을 지속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민의 폭과 깊이가 넓어지고 깊어져야 합니다. 저와 공정위는 재벌개혁을 지속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리고 한국 경제의 새로운 경제 질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도록 추진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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