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주유소를 택배 거점으로… 스타트업과 상생합시다”

“대기업 주유소를 택배 거점으로… 스타트업과 상생합시다”

김소라 기자
김소라 기자
입력 2018-10-01 23:30
수정 2018-10-02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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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택배 ‘홈픽’ 김영민 줌마 대표

인터넷에서 산 옷을 반품 신청했는데 택배기사가 언제 수거하러 올지 몰라 며칠째 기다린다. 육아용품을 중고로 내다 팔기 위해 엄마들은 아기가 잠든 밤중에 편의점으로 향한다. 기존 택배 서비스의 이 같은 불편을 해결해줄 수 있는 개인 간 거래(C2C) 택배서비스 ‘홈픽’이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택배 수거를 신청하면 기사가 1시간 이내에 수거해 가는 개인 맞춤형 택배 서비스 홈픽은 지난 9월 전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추석 연휴를 앞두고 하루 평균 주문량이 3500건에 이르며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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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간 택배 시장을 열어젖힌 홈픽은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상생의 결과물이다. 물류 스타트업 ‘줌마’의 기사들이 택배를 수거해 택배 집화 거점인 SK에너지와 GS칼텍스의 주유소 450여곳에 모아두면 CJ대한통운이 일괄 수거해 배송하는 구조다. 김영민 줌마 대표는 1일 “대기업이 주유소라는 자산을 스타트업에 제공해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16년간 홈쇼핑 업계에서 물류 업무를 담당했던 김 대표는 고객들이 반품 수거에 대한 불편을 호소하는 것에 주목했다. “택배기사 한 명이 하루에 많게는 300개의 물품을 처리하는데, 이 중 10%에 불과한 반품은 단순 배송보다 2.5배의 노동력이 들어갑니다. 택배사는 넘치는 배송 물량을 먼저 처리하느라 반품 수거에 집중하기 어렵죠.”

지난해 3월 줌마를 창업한 김 대표는 ‘1시간 이내에 수거하는 서비스’를 구상하면서 택배 집화 거점을 고민했다. 주거 및 상업지역 어디에나 있고 차량이 쉽게 드나드는 곳이 주유소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 김 대표는 SK에너지에 “주유소를 택배 인프라로 활용하게 해달라”라고 제안했다. SK에너지와 손을 잡자 GS칼텍스도 참여했다. SK그룹은 최근 강조하고 있는 ‘공유 인프라’의 대표 사례로 홈픽에 주목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의 택배 서비스는 기사가 물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일방향이었다”면서 “홈픽 서비스는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택배를 수거해 가는 양방향 서비스로 변화하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잡한 반품 수거를 대신함으로써 택배기사의 살인적인 업무량을 경감시킬 수 있고, 기사 540여명을 신규 채용해 일자리도 창출했다. “홈픽 서비스는 다른 대기업들도 인프라를 사회에 공유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여기에 스타트업이 참여해 시너지 효과를 내면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18-10-02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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