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깊은 장기보유 1주택자 “집 팔까, 거주요건 채울까”

고민 깊은 장기보유 1주택자 “집 팔까, 거주요건 채울까”

김태이 기자
입력 2018-10-28 13:30
수정 2018-10-2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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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거주 못 한 1주택자 매도 상담 늘어…내년까지 매물 내놓을 수도

서울 잠실에 아파트를 한 채를 사두고 직장 때문에 대전에서 8년째 거주 중인 김모(49) 씨는 요즘 잠실 집 처분 문제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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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된 대출규제 오늘부터 적용
강화된 대출규제 오늘부터 적용 정부가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1주택자 이상에 대한 규제지역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원천 봉쇄하는 ‘9·13 대책’ 대출규제를 즉각 시행한 14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앞에 대출상품안내문이 내걸려 있다. 2018.9.14
연합뉴스
대전 주택은 전세이고, 잠실 아파트 1채만 가진 1주택자지만 정부가 지난 9·13 대책에서 오는 2020년부터는 2년 이상 거주하지 않은 경우, 1주택자라도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대폭 축소하기로 한 때문이다.

김씨는 “직장 문제로 앞으로도 10년 정도는 잠실 아파트에 거주가 힘든데 앞으로 집값이 어찌 될지 모르니 걱정”이라며 “계속 보유를 하다 나중에라도 2년 거주요건을 채우고 매도해야 할지, 아니면 내년까지 팔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9억원 초과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부담을 크게 덜어줬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이 오는 2020년부터 대폭 축소되면서 거주 기간을 채우지 못한 1주택자들이 매도 여부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9·13 대책에서 9억원 초과 고가 1주택자에게 부여하는 장기보유특별공제(이하 장특공제)를 ‘실거주자’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다.

종전에는 거주 여부·기간과 관계없이 10년 이상 보유하면 9억원 초과분에 대한 양도세를 최대 80%까지 깎아줬지만 오는 2020년 1월부터 매도하는 주택에 대해서는 ‘2년 이상 거주’를 하지 않은 경우 일반 장특공제를 적용해 1년에 2%씩, 15년 이상 보유 시 최대 30%까지만 공제하는 등 장특공제 혜택을 축소했다.

이로 인해 제도 시행일을 기점으로 양도세액이 크게 벌어지게 되면서 비거주 1주택자들이 주택 매도 여부를 놓고 갈등하는 것이다.

2001년 A 아파트를 3억8천500만원에 취득해 17년간 보유한 주택을 지금 17억원에 매도한다고 가정해보자.

연합뉴스가 김종필 세무사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이 주택의 양도차익은 취득세 등을 제외한 6억1천882만원 선으로, 올해 매도를 한다면 80%(4억9천500만원)의 장특공제 혜택을 적용받아 3천30만원만 양도세로 내면 된다.

그러나 2020년 이후 이 집을 매도할 경우 2년 거주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장특공제 혜택이 30%(1억8천565만원)로 감소하면서 양도세가 현재의 5.3배인 1억6천156만원으로 늘게 된다.

김종필 세무사는 “2020년 이후에도 2년 거주와 무관하게 양도세율은 종전과 동일하지만, 장특공제에서 큰 차이를 보이면서 양도세 격차가 커지게 된다”며 “특히 단기보다는 장기 보유자일수록 법 개정 전후 양도세가 크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강남 등 양도차익이 큰 지역의 중개업소 등을 중심으로 실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한 1주택 장기 보유자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

강남권은 지방과 수도권, 비강남 등에서 몰려오는 투자 수요가 많은 데다 참여정부 이후 양도세 중과·종부세 도입 등으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 현상이 커져 타지에 전세살이 하면서 강남 주택을 매수한 1주택자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투자 목적 외에 직장 등의 문제로 지방에 내려갔다가 실거주를 못 채운 실수요자들도 꽤 있다”며 “지방 근무로 인해 2년 거주를 못 한 한 손님은 며칠 전 적정 금액에 집을 팔아달라며 내놨다”고 말했다.

최근 강남 집값이 하락 조짐을 보이면서 이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 아파트값은 9·13 대책 발표 이후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강남 집값이 떨어졌다는 보도가 나오고 금리 인상 가능성에 국내 경기침체, 내년 집값 하락 전망까지 늘어나니 집주인들이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내년까지 집을 팔아야 기존 장특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매도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의 중개업소 사장은 “보유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다주택자들은 양도세 중과로 인해 집을 팔기 어렵지만, 오히려 장특공제 혜택을 받으려는 1주택자의 매물이 내년에 늘어날 수 있다”며 “주택시장 분위기를 봐가며 임대사업 등록을 하든지, 팔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말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송파 헬리오시티의 경우 장특공제 거주 요건을 갖추기 위해 전세를 놓는 대신 입주를 하겠다는 분양계약자도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소급 적용’이라며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에서 1주택자 비과세 요건에 ‘2년 거주’를 넣을 때도 대책 발표 이후 신규로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에 한 해 적용했는데 장특공제는 왜 기존 보유자에까지 확대 적용하냐는 것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장특공제 적용이 내년 말까지 유예돼 있어 당장 팔려는 움직임은 없지만 기존에 장기간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까지 2년 거주를 적용한다니 소급 적용이라며 반발하는 사람이 많다”며 “(정부가) 1주택자까지 투기꾼 취급한다는 불만이 나온다”고 말했다.

반포동의 중개업소 사장도 “1주택자가 ‘2년 거주’를 채우기 위해선 높은 전세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당장 여유가 없고, 9·13 대책 이후 대출도 막히면서 실거주가 힘들다고 토로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2020년 양도분부터가 아니라 대책 발표 이후 주택을 새로 구입한 경우부터 적용해야 맞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강남 집값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점차 시장에 ‘장특공제 매물’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시한이 1년 남짓 남아 있는 만큼 장기 보유나 임대사업등록, 매도 여부를 놓고 고민이 깊을 것”이라며 “실거주가 어려운 사람들은 양도세 득실 등을 따져보고 일부 급매물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돼 집값에도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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