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 아닌 한국의 무역관리제도 탓 주장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공식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한 뒤 지나치고 있다. 지난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에 대한 무역 보복 조치를 발표했다. 우리 정부는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악수 조차 없이 시종 냉랭 평행선
참석자 이름표조차 없어…홀대 의도
한·일 양국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보복 조치와 관련해 첫 실무회의를 열었다. 악수조차 없이 냉랭하게 시작된 6시간의 설전에서 양국은 끝내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일본은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에 들어가는 반도체 소재 3개에 대한 수출 규제에 대해 자국의 경제 보복이 아닌 한국의 수출통제제도와 양자협의체 비진행 등에 따른 신뢰성 저하가 문제라며 한국 탓으로 돌렸다.
산업통상자원부 이호현 무역정책관은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양자협의가 끝난 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뤄진 브리핑에서 “문제를 제기할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상당 부분 제기했다”면서 “하지만 입장 차는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이 한국만을 겨냥해 수출 규제를 강화한 이유를 따져 묻고, 일본 측이 수출 규제 이유로 일부 품목의 북한 유입설을 흘리는 등 한국 수출 관리의 부적절성을 거론하는데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일본은 수출 규제와 관련해 자신들의 귀책사유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이 무역정책관은 전했다.
이 무역정책관은 “(일본 측은) 반도체 소재 3대 품목 수출규제에 대해 공급국으로서의 책임이 있어 적절한 수출관리를 하겠다고 말했다”면서 “한국 수입기업의 짧은 납기 요청으로 인해 특정 시기 수출이 집중해 관리에 애로가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하는 전찬수 산업부 무역안보과장
한일 전략물자 수출 통제 과장급 실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전찬수 산업부통상자원부 무역안보과장(오른쪽), 한철희 동북아통상과장이 12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인터뷰 하고 있다. 2019.7.12 연합뉴스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한국 정부의 무역관리에 문제가 있어서 취한 조치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도쿄에서 처음 성사된 양자협의에서 한국 정부는 6시간 가까이 일본 측에 조치의 배경과 근거를 묻고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대한 분명한 소명을 조목조목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 고순도불화수소(에칭가스)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핵심소재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양측은 회의 시작부터 팽팽한 기 싸움을 벌였다.
회의장은 회의 시작 전 1분만 취재진에 공개됐는데, 양측 참석자들은 악수 등 우호의 표현은 일절 하지 않았다. 특히 양측은 굳은 표정으로 서로 인사도 하지 않고 정면을 응시했다.
‘한·일 양자실무협의 결과, 발표 내용은?’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일 양자실무협의 결과발표를 하고 있다. 2019.7.12/뉴스1
경제산업성 10층에 위치한 회의 장소의 뒷면에는 ‘수출관리에 관한 사무적 설명회’라는 글을 프린트한 A4 용지 2장 크기의 종이만 달랑 붙어 있었고, 참가자들이 앉은 테이블에는 회의 참가자들의 이름표 조차 없었다.
회의 장소도 평소에는 창고로 쓰이는 장소인 듯 테이블과 간이 의자가 한 귀퉁이에 쌓여 있었고, 바닥에는 기자재 파손 흔적이 있을 정도로 정돈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