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제비뽑기로 낙찰 순번 정해… 가구업계 빌트인 입찰 10년 ‘짬짜미’

주사위·제비뽑기로 낙찰 순번 정해… 가구업계 빌트인 입찰 10년 ‘짬짜미’

곽소영 기자
곽소영 기자
입력 2024-04-08 02:24
수정 2024-04-08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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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리바트·한샘 등 31개 업체
서로 더 높은 가격 써 수주 따내
738건 시정명령·931억 과징금
고객들 84㎡ 당 25만원 더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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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인 특판 가구 입찰 담합에 931억 과징금
빌트인 특판 가구 입찰 담합에 931억 과징금 공정거래위원회 황원철 카르텔조사국장이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4개 건설사가 발주한 빌트인 특판 가구 구매 입찰에서 총 31개 사업자가 사전에 낙찰예정자 또는 입찰가격 등을 합의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931억 원(잠정 금액)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2024.4.7.
연합뉴스
건설사들이 발주한 신축 아파트, 오피스텔의 ‘빌트인 특판가구’ 구매 입찰에서 10년간 짬짜미를 벌여 2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린 가구업체 31곳이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담합이 아파트 분양원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공정위는 7일 현대리바트와 한샘, 에넥스 등 가구 제조·판매업체 31곳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벌인 담합행위 738건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931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리바트 등 빌트인 가구 ‘빅3’를 비롯한 주요 업체들이 전국적 담합행위를 통해 올린 매출액은 약 1조 9457억원에 달했다. 빌트인 특판가구란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에 설치되는 싱크대, 상부장, 하부장, 냉장고장, 아일랜드장, 붙박이장, 거실장, 신발장을 뜻한다.

건설사들은 특판가구를 구매할 때 협력업체 대상으로 지명경쟁입찰을 해 최저가를 써낸 업체와 계약한다. 이런 상황에서 31개 가구업체 영업담당자들은 입찰 전 모임이나 유선 연락을 통해 낙찰 예정사, 들러리 참여사, 입찰가격 등을 합의했다.

낙찰 예정사와 낙찰 순번은 주사위 굴리기, 제비뽑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했다. 예컨대 건설사 발주가 들어오면 영업 담당자들이 주사위 2개를 굴려 합계가 높은 순서대로 낙찰 순위를 결정했다. 낙찰 예정사가 결정되지 않았을 땐 수주를 원하는 업체가 다른 업체에 ‘더 높은 가격을 써 달라’고 부탁해 수주를 따내기도 했다. 정해진 낙찰 예정사는 사전에 견적서를 작성해 들러리사에 전달했고, 들러리사는 낙찰 예정사의 견적을 유지하거나 높여서 투찰에 붙였다. 담당자들끼리 “이대로 천년만년 꼭꼭” 등의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황원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가구업체가 담합을 통해 원가율 대비 5% 정도 이익을 얻었다고 진술했다”며 “(소비자들은) 84㎡형 기준 가구당 분양가 25만원을 더 부담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24-04-0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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