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케이블TV-위성방송, 초고화질 TV 신경전

지상파-케이블TV-위성방송, 초고화질 TV 신경전

입력 2013-08-04 00:00
수정 2013-08-0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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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조기 상용화 가장 유리” vs 지상파 “콘텐츠 육성이 우선”

차세대 방송 서비스인 초고화질(UHD·Ultra High Definition) 방송을 둘러싸고 지상파 방송사들과 케이블TV 업계 및 위성방송 사업자인 KT스카이라이프가 치열한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4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UHD 방송은 현재의 고화질(HD)TV 보다 4~16배 선명한 해상도를 갖춘 방송이다. 유료방송까지 포함하면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추진하는 차세대 방송이다.

각 방송 플랫폼들이 자신이 UHD 방송의 최적임자를 내세우면서 업계의 신경전이 미래창조과학부(유료방송 담당)와 방송통신위원회(지상파 담당) 사이의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 케이블 “장비 투자 없이 서비스” vs 위성방송 “전국 방송 유리”

상용화 경쟁에서 가장 앞서가는 쪽은 지난 7월 17일 처음으로 시범방송을 시작한 케이블TV다.

케이블 업계는 내년 하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UHD 방송을 추진하고 있다. 케이블TV방송협회는 최근에는 2017년까지 UHD방송 관련 시설에 7천2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케이블 업계가 UHD방송 상용화에 가장 빠른 속도를 내는 것은 케이블TV의 특성이 UHD방송 도입에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용량이 넉넉한 케이블망을 전송 수단으로 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설비투자로 UHD방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지상파TV는 UHD방송의 확대된 전송용량을 소화할 추가 주파수와 채널의 확보가 필요하고 이에 맞춰 송신소와 중계소의 설비도 변경해야 한다.

2014년을 시범방송 개시 시점으로 잡은 KT스카이라이프의 경우 일단 상용화만 성공하면 바로 UHD방송을 전국에서 서비스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든다. 위성방송은 지역별로 사업자가 나뉘어 있는 케이블TV와 달리 전국 단위의 UHD방송을 할 수 있다.

KT스카이라이프는 내년 무궁화 위성과 영상 압축 표준 기술인 HEVC을 이용해 UHD방송의 시험방송을 시작하고 결과에 따라 같은 해 시범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 지상파 “콘텐츠 육성이 우선…지상파가 UHD방송 먼저해야”

지상파 방송사들은 UHD방송에 실을 콘텐츠 확보를 위해 자신들이 먼저 UHD방송을 상용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각 방송 플랫폼이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유료방송이 먼저 UHD방송을 상용화하더라도 정작 방송할 UHD 콘텐츠가 없을 것이라는 예측에서다.

케이블업계는 2016년까지 800억원을 들여 UHD 콘텐츠 수급에 나설 계획이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은 자칫하다가는 자체 제작한 국산 프로그램이 아니라 해외 콘텐츠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한다.

이런 이유로 KBS, MBC, SBS, EBS 등 지상파 방송4사는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에 지상파가 UHD방송을 먼저 실시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미래부가 최대 콘텐츠 생산자인 지상파를 배제한 채 추진하는 지금의 UHD방송 정책은 열차 없이 철로만 건설하는 식”이라며 “지상파가 먼저 UHD방송을 해야 UHD 콘텐츠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미래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차세대 방송기술 발전전략’에서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의 상용화 시기만을 로드맵으로 제시했을 뿐 지상파 방송사에 관한 부분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상파 방송사의 UHD 방송에는 추가 주파수 확보가 필수적인데, 디지털 전환으로 남게 되는 700㎒ 대역 주파수를 방송용으로 사용할지 통신용으로 사용할지도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 업계 신경전, 미래부·방통위로 번지나

업계가 UHD 방송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두 업계를 담당하는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사이에서도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미래부가 UHD 방송을 추진할 로드맵을 발표하자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UHD 방송은 시기상조임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며 맞받아 친 것이다.

이 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미래부가 기술 위주의 정책을 추진하는 데 대해 “콘텐츠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으며 “콘텐츠 생산과 수출, 단말기 제조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UHD 사업은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래부에서 UHD TV를 도입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했는데 방통위와도 상의했으면 좋을 뻔했다”며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지난 2일 기자들을 만나 “지상파 UHD에 대해서는 전체적인 큰 틀을 만들어 방송통신위원회와 같이 검토하고 같이 추진해야 하지 않겠나”며 진화에 나섰다.

최 장관은 지상파의 UHD 방송 도입에 대해 “지상파 방송은 기술표준과 주파수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콘텐츠 공동 공급이라는 더 큰 문제도 있다. 방통위와 함께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조만간 협의체를 구성해 지상파 방송의 UHD 방송 추진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만들 계획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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