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타페DM 연비 1차 부적합 판정국토부, 내달 재조사 결과 따라 소비자 보상 권고
현대자동차가 북미에 이어 국내에서도 차량 연비 부풀리기로 소비자에게 막대한 금액을 보상해야 하는 사태를 맞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지난해 국토교통부가 한 조사에 이어 올해 재조사에서도 연비기준 ‘부적합’ 판정이 확정되면 오차의 수치에 따라 싼타페DM을 산 9만명에게 최대 1천억원 이상을 돌려줘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2013년 자기인증적합조사에서 싼타페DM R2.0 2WD 차종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 4WD AT6 차종과 함께 연비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싼타페DM은 빗물이 트렁크 등 차량 내부로 흘러드는 현상 때문에 지난해 구매자들이 거센 불만을 제기해 국토부가 제작결함을 조사하는 차종이다. 누수 현상이 연비와 관련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싼타페DM 소유자들은 차 때문에 또 골머리를 앓을 판이다.
현대차가 국토부에 신고한 이 차종의 연비는 14.4㎞/ℓ였지만 국토부 산하 교통안전공단이 나중에 측정한 연비는 이보다 10% 가까이 낮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허용오차 범위 5%를 훨씬 초과한 것이다.
하지만 싼타페DM 차량은 산업통상자원부 조사에서는 측정 결과 표시연비보다 다소 낮기는 했으나 오차범위 이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이의를 제기했으며 국토부는 현대차가 요구한 측정 방법을 받아들여 이달 들어 연비 재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결과는 다음 달 말 나올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안다면서도 “재조사에서 (지난해 조사 때보다) 연비가 약간 올라갈 수는 있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부적합 결과가 확정되면 현대차가 미국에서 연비 과장으로 보상한 사례를 기준으로 삼아 시정조치를 권고할 계획”이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표시연비와 실연비의 차이만큼을 돈으로 보상하라고 할 것”이라며 “보상 금액은 조사가 끝나야 산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2012년 11월 북미 연비 과장 사태 이후 개인별 차량 주행거리, 표시연비와 실제연비 차이, 평균 연료 가격을 토대로 소비자에 보상하고 불편 보상 비용으로 15%를 추가 지급하고 있다. 보상 기간은 10년이다.
현대차가 국내에서도 이런 방식의 보상 프로그램을 가동하도록 권고한다는 것이 국토부의 계획이다.
싼타페DM의 실제연비가 표시연비보다 1㎞/ℓ가량 낮고 경유가격이 ℓ당 약 1천700원일 때 한 운전자가 국내 운전자 평균인 연간 1만3천㎞를 주행했다면 연비 과장으로 매년 11만5천원을 손해 본 셈이다.
현대차가 미국에서처럼 피해를 10년간 보상한다면 불편 보상 비용 15%를 더해 차량 소유주 1명당 132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현대차는 국내에서 싼타페DM R2.0 2WD 차량을 2012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8만9천500대 팔았다. 이에 따라 10년간 현대차가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할 금액이 1천200억원가량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토부는 재조사에서 연비 부적합 결과가 확정되면 소비자 피해액을 산출해 현대차에 보상을 권고하고 최대 10억원(판매금액의 1천분의 1)의 과징금도 부과할 계획이다.
현대차와 쌍용차는 연비를 부풀린 것으로 드러나면 상당한 금전적 손해를 입고 이미지도 추락할까 봐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미 기아차와 함께 미국과 캐나다에서 연비 뻥튀기로 집단 소송을 당해 약 5천억원을 보상하기로 합의한 바 있어 국내에서 같은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코란도스포츠 4WD AT6 차종은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만600대가 팔려 쌍용차의 출혈은 현대차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다음 달 말과 4월 각각 싼타페DM과 코란도스포츠 연비 재조사를 마무리한다.
국토부는 이들 제작사의 요구를 반영해 연비 재조사 차량을 1대에서 3대로 늘려 평균을 내기로 했다. 연비 측정 전에 실시하는 차량 ‘길들이기’ 주행거리도 지난해 조사 때는 약 5천㎞였지만 제작사 의견대로 싼타페DM은 6천400㎞로, 코란도스포츠는 9천㎞로 늘렸다.
국토부는 산하 조사기관인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연구원과 산업부 조사기관인 석유관리원 양쪽의 테스트 기기(차대동력계) 편차를 바로잡는 작업도 할 예정이다.
연비 재조사 작업에 참여하는 한 관계자는 “길들이기 거리나 조사 차량 수를 제작사나 산업부에서 한 것과 맞추면 연비가 (지난해 조사보다) 조금 높게 나올 수도 있다”면서도 “차량별 편차가 크기 때문에 오히려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차 관계자는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적합 판정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부적합 결과가 나왔을 때 어떻게 조처할 것이냐는 질문에 “지금 말하기는 곤란하다”고 답했다.
국토부는 2012년까지 상용차의 연비만 조사하다 현대·기아차 연비 과장 사태를 계기로 지난해 조사 대상을 승용차까지 넓혔다.
올해부터는 연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행 저항값까지 직접 검증해 연비 부풀리기를 엄격하게 막을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 자동차관리법에는 연비 과장과 관련해 보상 규정이 모호하므로 법을 개정해 소비자 보상 프로그램 규정을 명확하게 집어넣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6월까지 산업부와 연비 측정방법을 통일한 이후 현대차 제네시스, 맥스크루즈, 그랜저(HEV), 기아차 쏘울, 도요타 프리우스(HEV), 아우디 A6 3.0 TDI 등 14종의 연비를 조사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