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마른 수도권 전세… “융자 낀 집도 없어서 안달”

씨 마른 수도권 전세… “융자 낀 집도 없어서 안달”

입력 2013-08-12 00:00
업데이트 2013-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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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시장 돌아보니

비수기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난이 확산되고 있다. 전세보증금 상승도 문제지만 물건이 없어 더 아우성이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 물건 실종 및 보증금 폭등 경향이 심화되는 가운데 11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한 아파트 인근 부동산 매물정보판에 전세보다 월세를 구하는 게시물이 더 많이 붙어 있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 물건 실종 및 보증금 폭등 경향이 심화되는 가운데 11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한 아파트 인근 부동산 매물정보판에 전세보다 월세를 구하는 게시물이 더 많이 붙어 있다.
10~11일 서울 송파구 잠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부동산중개업소. 중개업소마다 싼 전셋집을 찾는 수요자들로 북적거렸다. 대부분 전세 수요자이지만 중개업소에는 월세 물건만 수두룩하게 쌓여 있다. 그렇다 보니 전세보증금도 초강세를 띠고 있다.

잠실 트리지움 59㎡ 아파트의 경우 매매 호가는 6억 4000만~6억 9000만원에 형성됐지만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셋값은 3억 8000만~4억원을 부른다. 연초와 비교, 매매가는 오르지 않은 반면 전세보증금은 3000만원 정도 올랐다. 심각한 것은 전세 물건이 많지 않다는 것. 9월에 결혼하는 자녀의 신혼집을 구하러 왔다는 김성호씨는 “싼 전셋집을 찾다 보니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융자가 낀 전셋집을 구했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 퍼스티지 아파트 59㎡짜리는 5억 4000만원을 부른다. 반전세는 1억 5000만원에 200만원을 줘야 얻을 수 있다. 연초 대비 3000만~4000만원이나 올랐다.

서울 강남의 비싼 아파트는 전세보증금이 비싸서 그렇지 물건은 그다지 달리지 않는 편이다. 문제는 수도권 중소 도시 소형 아파트. 싼 전세를 찾아 서울을 벗어난 주민들이 몰리면서 전세 물건의 씨가 마르고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매화주공 아파트 3단지 46㎡ 전셋값은 1억 4000만원을 호가하지만 물건이 없다. 간혹 월세로 돌리는 아파트만 나오고 있을 뿐이다. 물건이 없다 보니 가격은 연초보다 1000만~2000만원 올랐다. 평촌 향촌마을 현대4차 61㎡ 아파트 전세는 2억 3000만원, 84㎡는 2억 5000만~2억 8000만원을 부른다. 연초보다 3000만~4000만원 이상 상승했지만 물건이 없어 중개업소마다 세입자들이 줄을 대고 있다.

소형 아파트 전세 품귀가 이어지면서 중대형 아파트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분당 중개업소에서 만난 최성규씨는 “서울 양천구 아파트 전셋집 주인이 보증금을 5000만원이나 올려 달라는 요구에 분당으로 내려왔다”며 “작은 아파트를 찾다가 물건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85㎡짜리 아파트 전세를 계약했다”고 말했다.

상가주택, 연립주택 전셋값도 덩달아 올랐다. 안양시 관양동 동편마을 상가주택 55㎡ 주택의 전세보증금은 연초보다 20%가량 올랐다. 연초 1억 8000만원 하던 물건이 이달 들어 2억원을 넘었다. 그나마 물건도 거의 동났다. 중개업자들은 전세난 원인을 거래 부진에서 찾는다. 김미정 래미안114 공인중개사는 “전세를 살던 세입자가 집을 장만하면서 새로운 전세 물건이 나오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져야 하는데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올려 주고라도 재계약을 하다 보니 전세 물건이 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집주인들이 수익이 높은 월세로 돌리는 바람에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돌리는 유인책이 나오지 않는 한 전세난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장희순 강원대 교수는 “다가구주택자에게 양도소득세를 무겁게 물리는 제도를 폐지하고 공급량을 조절해 집값이 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객관적인 신호를 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2013-08-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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