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88주 만에 하락…새 아파트 몰린 파주, 가격 급락
이달 들어 수도권 전셋값이 안정세로 돌아섰다. 중대형 아파트는 물론 일부 중소형 아파트도 지난달보다 수요가 감소하면서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서울 아파트값이 한달 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도 약 1년9개월 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지난 18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값은 0.01% 하락했다.
사진은 20일 오전 서울 잠실나루역 인근 부동산이 밀집해 있는 아파트 상가.
연합뉴스
사진은 20일 오전 서울 잠실나루역 인근 부동산이 밀집해 있는 아파트 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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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여름방학 학군 수요가 몰리는 6월 전까지 당분간 전세시장 안정세가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수도권·신도시 전셋값 약세…서울도 일부 하락
2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수도권(경기·인천 포함, 서울 제외) 아파트 전셋값은 0.01%가 떨어져 2012년 7월 말 이후 88주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파주(-0.38%), 광명(-0.16%), 의왕(-0.07%), 과천(-0.04%), 용인(-0.04%), 남양주시(-0.03%) 등의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약 1년9개월 만에 수도권 전셋값을 끌어내린 것이다. 국가공인 시세통계인 한국감정원의 조사에서도 지난주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전 주 대비 0.01% 떨어지며 86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파주 목동동 교하1차 현대, 교하2차 현대와 월드메르디앙 1·2차 아파트 전셋값이 지난주 일제히 500만원씩 하락했다.
KTX 역사가 가까워 세종시 공무원들의 전세수요가 많았던 광명시도 지난주에 약세를 보이며 하한동 하안주공1단지 전 주택형이 1천만원씩, 하안 주공9단지도 전 주택형이 500만∼1천만원씩 떨어졌다.
세종시 입주물량 증가로 광명 전세수요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1, 2기 신도시 전셋값은 이달 들어 계속해서 하강곡선을 긋고 있다. 신도시 전체 전세가격은 3월 말에 보합세를 보인 이후 이달 4일에 -0.01%, 11일 -0.04%를 나타냈다. 18일 조사에서는 -0.03%를 기록하는 등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에도 파주운정(-0.51%), 평촌(-0.05%), 분당(-0.01%), 일산(-0.01%), 산본(-0.01%) 등 주요 신도시 전셋값이 하락했다.
안양시 관양동 부동산랜드 이용재 대표는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62∼66㎡ 주택형의 전세 물량이 많은 편인데 수요가 감소해 가격도 주춤한 상황”이라며 “연초대비 500만∼1천만원 정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파주 운정신도시는 새 아파트 입주 영향으로 2∼3월부터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목동동 토마토공인의 박명래 실장은 “최근 운정지구에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쏟아지고 있어 수요보다 전세 공급이 많다”며 “전 주택형의 전셋값이 연초보다 1천만∼2천만원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역전세난’도 심화되고 있다. 전세 물건이 나와도 1∼2달씩 쌓이기 일쑤다.
파주시 와동동 두산사랑방공인의 김연경 중개사는 “와동동 일대 융자가 없는 99∼131㎡형 아파트의 경우 지난 가을에는 전셋값이 2억2천만원이었는데 현재는 1억8천만원에도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며 “전세금을 빼주지 못해 고생하는 집주인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전셋값은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소폭의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점차 오름폭이 둔화하는 모습이다.
학군 수요가 많은 일부 강남권 아파트 전세는 약세로 돌아섰다. 개포 우성1차 전용면적 85㎡의 경우 연초 7억원에 거래되던 전세가 6억2천만∼6억5천만원으로 떨어졌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 엘스 84㎡는 지난 2월 6억7천만원까지 거래됐으나 최근 평균 6억원까지 내렸고, 5억8천만원짜리 전세도 안 나가고 있다.
◇ 비수기, 입주량 증가, 매매전환 등 원인…당분간 안정 지속
이처럼 수도권 전셋값이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이는 것은 학군 이사철이 지나며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전세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 크다.
서울 개포동 남도공인 이창훈 대표는 “개포·대치동 등 학군 우수지역도 학군 수요가 마무리되면서 최근 전셋값이 약보합세로 돌아섰다”며 “단지마다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전세물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입주 물량 증가도 전셋값 안정에 기여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총 26만7천883가구로 지난해(19만3천433가구)에 비해 38.5%(7만4천450가구) 증가한다.
이 가운데 수도권은 올해 11만1천53가구가 입주해 작년(8만4천364가구)보다 2만6천689가구 늘어난다.
올해 도시형 생활주택·다세대 등 입주물량까지 포함하면 전체 입주물량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오랜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연초 공유형 모기지·디딤돌 대출 등 저리의 주택 정책금융을 이용해 내 집 마련에 나선 것도 전세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국민주택기금의 주택자금 대출 금리를 연 1~3% 미만으로 낮추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작년 말부터 주택 구입에 나서고 있다”며 “주택 구입자금 대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전세시장 안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부동산114의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4월부터는 전반적으로 전세가격이 확연하게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며 “전세 수요는 계절적 영향이 커 늦여름까지도 소강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난에 데인 세입자들이 서둘러 전세를 구하는 ‘선소비’ 행태를 보이면서 정작 이사철엔 가격이 안정되는 모습”이라며 “저가의 소형 주택은 여전히 신혼부부 등의 수요가 예상되나 당분간 학군 인기지역이나 고가 전세의 가격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을 이사철이 시작되는 8월 이후에는 전셋값이 다시 꿈틀댈 가능성이 있다. 특히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 이주 수요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함영진 센터장은 “4월 이후 이주할 서울 재건축 단지가 1만4천가구에 달해 이들 단지가 사업 속도를 높이면 전세시장의 잠재적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이주 단지가 많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국지적으로 상승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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