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이사회에 최윤범 회장측 인사 진입 구상
“주주이익배당, 타사주식으로도 가능토록”
이사회 의장에 황덕남 선출…‘독립성 강화’ 메시지
지난해 영업이익 7360억원으로 11.5% 증가
영풍 “고려아연, 타협 원하면 주총 무효화해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힌 뒤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https://img.seoul.co.kr/img/upload/2025/01/16/SSC_20250116182803_O2.png.web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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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힌 뒤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https://img.seoul.co.kr//img/upload/2025/01/16/SSC_20250116182803_O2.png.webp)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힌 뒤 생각에 잠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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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 측이 영풍 지분을 보유한 자사 계열사 영풍정밀을 통해 영풍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안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측 인사를 영풍 이사회에 진입시키겠다는 포석으로, 영풍·MBK파트너스의 공세에 맞서 고려아연 경영권을 방어한 최 회장이 반격에 나서는 모습이다.
영풍정밀은 5일 “다음 달 열리는 영풍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를 비롯해 현물 배당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과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을 의안으로 상정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영풍정밀은 지난 3일 이런 내용의 ‘정기주총 안건 상정을 위한 주주제안의 건’ 서한을 영풍 측에 전달했으며 오는 11일까지 수용 여부를 회신해 달라고 요청했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최 회장 등 최씨 일가가 지배하는 고려아연 계열사로, 영풍 총발행주식의 3.59%(6만 6175주)를 보유하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고 원하는 후보에게 몰아주는 방식으로 투표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소수 주주가 지지하는 후보의 선임 가능성을 높여준다. 영풍정밀은 장씨 일가가 영풍 지분 52.65%를 차지하고 있어 이사 추천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며 집중투표제를 통해 소수 주주 등이 추천하는 이사 후보를 이사회에 진입시켜 영풍 경영을 견제하겠다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정밀은 이와 함께 영풍의 적자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주주에 대한 이익배당을 금전과 주식 외에도 기타의 재산(타사의 주식 등)으로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을 함께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영풍이 보유 중인 고려아연 주식을 이익배당을 통해 고려아연이 회수하려는 취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영풍은 고려아연 발행주식의 25.4%를 보유하고 있다. 영풍정밀은 영풍의 경영 합리화를 위해 이사회에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선임하라고도 촉구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창사이래 처음으로 사외이사인 황덕남 변호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고 이사회 규정도 개정했다. 최 회장이 거버넌스 개선과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해 약속했던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안건이 지난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이뤄진 조치다. 종래에는 이사회 의장을 회장으로 명시했으나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결의로 정하도록 고쳤다. 이사회 소집 권한 역시 회장 대신 이사회 의장에게 부여한다. 황 신임 의장은 서울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지내고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역임해 고려아연의 ESG 경영 촉진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고려아연측은 밝혔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7360억 5200만원으로 전년보다 11.5%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12조 828억원으로 전년보다 24.5% 증가했고, 순이익은 2155억 3100만원으로 59.6% 감소했다. 매출은 역대 최대 규모이지만, 영풍·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지난해 4분기 차입금이 증가하면서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영풍 측은 최윤범 고려아연 최 회장의 대타협 제안을 사실상 거절했다. 영풍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지난달 22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최 회장이 최대 주주인 영풍의 의결권을 없애기 위해 일으킨 불법적 기습 조치는 사변이나 다름없다”며 “진정한 타협을 바란다면 대주주를 무시하며 벌여놓은 일들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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