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확보 위해 연초부터 100여개 이벤트 진행
증시침체로 사상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증권사들이 올해에도 각종 이벤트를 내세워 치열한 마케팅 전쟁을 벌이고 있다.금융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제 살 깎아 먹기식 출혈 경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4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연초부터 100여개에 달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며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우리투자증권 등은 주식거래 무료 이벤트를 내세웠다.
삼성증권과 현대증권, 대신증권 등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거래 시 현금이나 스마트폰 할부금을 지원하고 있다.
많은 증권사가 대차약정, 해외주식, 야간 선물·옵션, 외환차익 매매 등 다양한 거래에 대해 수수료를 할인해주고 현금까지 제공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올해 들어서만 벌써 10개의 이벤트를 벌여 마케팅 전쟁에 불을 붙였다.
은행계좌 개설 주식거래 서비스인 ‘뱅키스’에 처음 가입하고 주식을 거래하는 고객에게 OK캐쉬백 7만 포인트를 줬고, 타사에서 주식을 이전하면 최대 12만원의 현금을 지급했다.
MTS 거래 수수료와 홍콩거래소 해외선물 거래 시 시세이용료를 감면해주고 있고, 외환 차익 거래 고객에게도 1계약당 0.5달러를 되돌려준다.
유망 종목을 고르는 퀴즈로 50만원 상당 여행경비를 지급했고, 설 기간에는 MTS 고객을 상대로 한 이벤트를 통해 1인당 최대 13만원의 현금을 주는 등 백화점식 이벤트를 벌였다.
증권사들이 핵심 수익원인 거래 수수료까지 포기하고 현금까지 지급하면서까지 이벤트에 집중하는 이유는 어떻게든 시장점유율을 지켜보자는 심리 때문이다.
거래량 감소와 개인 투자자의 이탈로 증권시장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지만, 증권사별 상품과 서비스의 질은 큰 차이가 없어 이벤트가 없으면 고객을 지키기도, 확보하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진성 고객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현재의 증권사 이벤트는 분명히 한계가 있지만, 남들이 하는데 우리가 손 놓고 있으면 고객을 뺏기고 만다”며 “그런 두려움 때문에 제 살을 깎아 먹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동참하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수수료 감면을 내세우는 증권사의 마케팅 경쟁은 소비자에겐 득이지만 증권사에는 독이 되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위탁매매(브로커리지) 평균 수수료율은 지난 1999년에는 42.3bp(1bp=0.01%)이었으나 작년에는 9.5bp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증권사들의 1·2분기(4∼9월)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24개 상장 증권사 중 순수수료 수익이 인건비에도 못 미치는 증권사들이 10개에 달했다.
현대증권의 경우 순수수료 수익은 1천382억원으로 인건비 1천467억원에 못 미쳤다. 동부증권도 357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올렸지만, 인건비는 439억원에 달했다.
이러다 보니 업계 내부에서는 차별화된 서비스 홍보를 넘어선 무분별한 마케팅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증권업계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벤트 경쟁이 고객을 늘리기보다는 오히려 손실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며 “증권사의 과당 경쟁이 장기적으로는 고객서비스 저하,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고객이 이탈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