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한미 증시 탈동조화·중국 경기 주목”
미국 증시 급락과 중국 경제지표 부진이 올 들어 처음 2,000선을 돌파한 코스피의 발목을 잡을 기세다.11일 코스피는 오전 10시 50분 현재 전날보다 0.71% 내린 1,994.32를 나타내 하루 만에 2,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경제지표의 호조에도 미국 증시가 대폭 하락한 것이 국내 증시에 직격탄을 날렸다.
간밤 미국 나스닥 종합지수는 3.10% 내린 4,054.11로 마감해 약 2년 5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보였다. 바이오·기술주가 고평가됐다는 우려와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하락의 원인으로 꼽혔다.
미국 증시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본격적인 실적 시즌을 앞두고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한파와 폭설 때문에 부진했던 미국의 1월, 2월 경제지표를 고려했을 때 기업들의 실적도 나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적 악화에 따른 미국 증시의 부진이 국내 증시에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미국 증시가 고평가됐기 때문에 신흥국 증시와 탈동조화(디커플링)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미국 주식은 가격 부담이 있는 상태여서 신흥국 시장과 가격 차이를 좁히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며 “한국 증시도 미국과 비교하면 절대적으로 싼 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경기의 방향성도 국내 증시를 좌우할 변수다.
전날 발표된 중국 수출입지표가 예상치를 크게 밑돌아 시장에서는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난해 부풀려 신고되던 무역지표에 대해 중국 당국이 세관신고 규제를 강화한 까닭에 수출입 통계가 조정을 받은 것이라며 지나치게 경계할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3월의 부진한 무역수지는 작년 초 중국 기업들이 의도적으로 송장을 부풀린 것에 영향을 받았다”며 “왜곡된 자료를 수정하면 중국의 3월 수출 지표는 6.6% 감소가 아니라 5.2% 증가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정희 KB투자증권 연구원도 “중국의 수출액 감소는 홍콩으로의 수출 과다 계상 때문”이라며 “올해 4월 이후 수출의 과다계상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5월부터는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의 원화 강세가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이아람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원화 강세에 따라 전기전자(IT)와 자동차 업종의 주가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증시의 강한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본격적인 실적 시즌을 앞두고 실적 확인을 위한 투자자들의 관망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백윤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하락이 수출주에 대한 투자심리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나 내수업종과 외화부채가 많은 업종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원화가 강세를 보인 구간에서 외국인 순매수 흐름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원·달러 환율 하락이 증시에 미치는 악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