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자리 머물다 간 싸리나무
가지에 햇살 오롯이 앉다,
떠났던 잠자리 다시 돌아 와
눈 앞 푸른 공간에
몸통을 밀어 넣을 때
날개에 반짝이는 오후
이 시각에도
인공부화되는 봄 병아리와
비닐하우스에서 자라는
가을 딸기 몸속에 스며 있는
유전형질의 거미줄 코드를
모두 뽑아든 채 철 잃은
소식이 신문지 위에
투욱 툭 떨어진다
흔한 고요, 햇살
느릿느릿 가을 오솔길도
이미
길 잃은 소식이다
2010-03-2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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