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세종대로/노주석 논설위원

[씨줄날줄]세종대로/노주석 논설위원

입력 2010-04-26 00:00
수정 2010-04-26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성군 세종대왕의 정식 칭호는 ‘세종장헌영문예무인성명효(世宗莊憲英文睿武仁聖明孝)’대왕이다. 세종은 묘호(廟號)이고, 장헌은 명나라 황제가 내려준 시호(諡號)이다. 영문예무는 사후 신하들이 올린 존호(尊號)이고, 인성명효는 아들 문종이 바친 시호이다. 세종이라는 호칭은 묘호를 지칭한다. 나머지 시호와 존호는 대왕의 업적이나 능력, 인성을 나타낸다.

묘호란 임금이 죽은 뒤 종묘에 신위를 모실 때 올리는 존호이다. 박영규의 ‘조선의 왕실과 외척’(김영사)에 따르면 묘호는 조(祖)와 종(宗) 두 가지 중 하나를 쓴다. ‘유공왈조(有功曰祖) 유덕왈종(有德曰宗)’이나 ‘입승왈조(入承曰祖) 계승왈종(繼承曰宗)’이 원칙이다. 쉽게 설명하면 왕조를 세우거나 그에 비견되는 업적을 세웠다면 조를, 나머지엔 종을 붙인다고 보면 된다. 고려는 태조(왕건)가 유일하다. 시호법의 원조인 중국에서도 개국시조가 아닌 조는 원의 세조(쿠빌라이)와 명의 성조, 청의 세조와 성조 등 4명 뿐이다.

조선은 좀 복잡하다. 세조, 선조, 인조, 영조, 정조, 순조 등 6명이 있다. 신명호의 ‘조선왕실의 의례와 생활, 궁중생활’(돌베개)을 보면 세조 사후 신하들이 묘호를 신종, 성종 등으로 올리자 뒤를 이은 아들 예종이 “대행 마마께서 국가를 다시 일으켜 세운 공을 알지 못하는가?”라면서 몇 번을 되물린 끝에 힘들게 고쳤다. 선조는 임진왜란 승전의 공이, 인조는 광해군을 폐위시켜 유교이념을 지켰고, 순조는 서학 침투를 막았고, 영조와 정조는 당쟁을 막은 업적을 인정받았다.

세조와 인조는 처음부터 조를 받았지만, 나머지는 후대에 변경됐다. 본래 선조는 선종, 영조는 영종, 정조는 정종, 순조는 순종이었다. 예외 없이 종을 조로 바꿨다. 삼전도의 치욕을 당한 인조는 종을 받고 싶었지만, 신하들의 생각은 달랐다. 세종대왕도 조를 받지 못했다. 영토를 넓히고, 한글을 창제한 업적으로 따지자면 태조에 못지않은데도 말이다.

서울 광화문 입구에서 서울역 앞을 잇는 2200m 길이의 국가상징 대로에 ‘세종대로’라는 이름이 붙여진다. 세종대왕을 기리는 작명이다. 지금까지는 세종로, 태평로로 나뉘었지만 한 길로 통일된다. 도로명 통일에 머물러선 안 된다. 파리의 샹젤리제처럼,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처럼 인간과 역사, 문화가 살아 숨쉬는 중심거리가 조성돼야 한다. 국가상징 대로의 위상에 어울리는 보행자 네트워크 구축과 상응하는 주변 개발이 필요하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2010-04-26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