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談餘談] 2011년 새로운 인간관계를 위하여/김미경 정치부 기자

[女談餘談] 2011년 새로운 인간관계를 위하여/김미경 정치부 기자

입력 2010-12-25 00:00
수정 2010-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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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해외연수 후 지난 7월 말 회사에 복귀한 뒤 10여일 만에 휴대전화가 고장났다. ‘연수 기간 중 쓰지 않아서 그런가.’ 하면서 서비스센터에 맡겼는데 며칠 만에 고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충격적인 사실은, 지난 수년간 저장한 997개의 전화번호가 한꺼번에 날아간 것이다. 갑자기 인간관계가 끝난(?) 것 같은 허망한 생각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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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정치부 기자
김미경 정치부 기자
한동안 낙담하고 있다가 페이스북을 찾았다. 지난해 말 개통한 페이스북에 친구 80여명이 있었다. “휴대전화 고장으로 전화번호를 모두 잃었으니 알려 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선후배, 친구들의 연락이 속속 도착했다. 그들은 번호뿐 아니라 친절하게도 “힘 내라.”며 용기를 줬다. 특히 몇몇 지인들은 “이번 기회에 인간관계를 재정립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조언도 해 줬다. “997명 중 몇명이나 자주 연락했겠느냐. 지금부터는 알짜 번호만 저장해라.”라는 말도 덧붙였다.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었다. 997명 중 20~30% 정도만 연락하고 지내지 않았을까 싶다. 자주 연락하는 사람은 10% 수준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욕심을 부려 전화번호 하나라도 더 저장하려고 했던 것은 소위 ‘사람 장사’가 필요한 기자라는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기자생활 13년차, 새로 생기는 번호를 저장하려다 보니 휴대전화 용량을 초과해 기존 번호를 지워가며 저장하기 바빴던 기억도 있다.

새로 장만한 휴대전화에는 24일 현재 나름대로 엄선한 230여명의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다. 페이스북은 150여명으로 늘었고, 트위터도 70여명이 새로 생겼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대가들은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자주 연락할 수 있는 지인들만 모았으니 ‘양보다 질’인 셈이다. 그동안 바쁜 기자라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지 못했다면 ‘휴대전화 고장 사건’으로 인해 인간관계를 뒤돌아보게 된 것은 올해 얻은 큰 수확이다. 앞으로도 휴대전화에 무의식적으로 번호를 저장하는 ‘겉핥기식’ 인간관계가 아니라, 결국 몇명만 남더라도 서로 의지하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렇다면 2011년 새해 내 인간관계 점수는 올해보다 훨씬 올라가지 않을까.

chaplin7@seoul.co.kr
2010-12-2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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