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리비아 사태 적극적 목소리 아쉽다/윤설영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리비아 사태 적극적 목소리 아쉽다/윤설영 정치부 기자

입력 2011-03-02 00:00
수정 2011-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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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설영 정치부 기자
윤설영 정치부 기자
요즘 리비아 사태를 보면 남의 나라 얘기 같지 않다. 31년 전 광주에서 일어났던 민주화 항쟁의 2011년판을 보는 것 같다. 시민을 향해 총을 겨눈 군인들, 길거리에 널브러진 시신들을 옮기는 시민들. 1980년 5월 광주 시내도 이와 비슷했으리라. 당시 국제사회에서 한국 국민을 위해 목소리를 내주었더라면 광주 시민의 상처는 지금보다 깊거나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리비아 사태는 예상보다 커지고 있다. 무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이 수천명에 이른다. 이 정도라면 국제사회가 제재에 나서는 것이 내정간섭이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유엔 내에서도 ‘보호해야 할 책임’(R2P:Responsibility to protect) 개념이 힘을 얻고 있다. 대학살· 전쟁범죄 등을 막기 위해 유엔이나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고, 개별 국가도 나설 수 있다는 적극적인 개념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리비아 제재 결의안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잠자코 있다가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에 동참하는 것으로 겨우 모양새를 갖췄다. 이집트 민주화 시위 때도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사퇴하자 그제서야 “평화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돼…자유로운 선거가 실시되기를 기대한다.”고 논평한 게 전부다.

일각에서는 리비아와의 사업이나 석유 문제 때문에 카다피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외교통상부에서는 그보다는 미국의 눈치를 보는 듯하다. 일단 미국이 입장을 정하면 유엔에 편승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이다.

“폭력에 반대하며, 자국민이 원하는 대로 원만한 해결을 기대한다.”는 정도의 언급은 인류 보편적인 가치 수준이다. 다른 나라도 아닌, 피의 민주화 역사를 가진 한국이 국제여론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덩치 작은 나라가 큰 목소리를 낼 기회는 많지 않다. 중요한 시점에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가 당사국을 선진국이냐 그저 그런 중간 국가냐를 결정하는 하나의 지표가 된다고 생각한다.

snow0@seoul.co.kr
2011-03-0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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