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공무원에게 소신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김양진 정책뉴스부 기자

[오늘의 눈] 공무원에게 소신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김양진 정책뉴스부 기자

입력 2012-04-18 00:00
업데이트 2012-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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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진 경제부 기자
▲ 김양진 경제부 기자
“아직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자료라서 공개하기 힘듭니다.” 행정안전부 등 정부부처가 언론사의 자료 요청을 거부할 때 자주 쓰는 말이다. 법령상 공개자료라면 누구에게나 마땅히 공개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공무원들의 정치권에 대한 무의식적인 충성심은 일상에까지 깊이 뿌리내렸다. 헌법 제7조의 공무원의 신분·정치적 중립성 보장은 너무 멀고, 고위직 ‘윗분’들의 꾸지람이 당장 더 가까운 까닭이다.

이 때문에 아무리 국민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검토 사항도 담당 공무원들은 정치 스케줄에 최대한 맞추려고 애쓴다. 지난 13일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 본회의의 결정사항을 비공개로 하기로 해놓곤, 언론들이 반발하자 16일 내용을 공개한 것이 대표적이다. 비록 정부안이지만 사실상 ‘기초자치 포기선언’이나 다름없는,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의 32%에 해당하는 자치구·군 74곳을 폐지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국민 누구나 궁금해할 사안이었다. 하지만 위원회는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하기 전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버텼다. 이런 위원회의 입장을 납득할 국민은 과연 몇이나 될까. 더욱이 일부 위원들이 회의내용을 언급하고 기사화되자, 입장을 번복했다. 원칙은 없었고, 자신들이 정치권의 ‘졸’(卒)이었다는 것만 증명한 꼴이다.

“내가 책임자인데 누가 그런 말을 합니까. 오보예요.” 행안부 간부급 공무원이 17일 자 서울신문 ‘소규모 지자체 내각제 검토’라는 제목의 초판 기사를 보고 한 말이다. 해명 태도도 문제지만, “지방자치 20년, 이제 다양한 형태의 지방자치를 주민들이 선택해야 할 때가 무르익었다.”고 소신 있게 말했던 실무자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 더 안타깝다. 확정되지 않은 정책이 나갔을 때 국회의원이나 상관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어 언론 기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국민들이 신망하는 공무원이라면, 정무직의 말 한마디에 좌우되기보다 책임 있는 정책으로 정치권과 상관을 설득하는 소신이 있어야 한다.

ky0295@seoul.co.kr

2012-04-1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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