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찬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
6·2 지방선거에서 젊고 경험이 다른 새로운 인물들이 지방정치의 리더십을 담당하면서 지방정치를 바꾸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새로운 수장은 지역 관료사회와 지역 토호들에 의해 정치적으로 포위되기 십상이다. 모든 새로운 정책적 시도들이 이들의 장벽을 넘지 않고서는 실현되지 못한다. 따라서 시민적 힘으로 관료와 지역토호의 영향력을 제어하고 이들을 시민적 영향력 아래 두어야 지역정치의 정상화가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서 지역차원에서 다수의 비판적 시민의 존재 없이는 좋은 지방정부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동안 지방자치제는 공식적 민주주의 제도를 준비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비공식적 제도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어떤 공식적 제도도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비공식적 제도가 준비되지 않고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좋은 지방정부를 만들기 위한 비공식적 제도라는 것은 건강한 중간 결사체로 이루어진 시민 네트워크, 이 시민네트워크를 타고 흐르는 동료 시민들에 대한 신뢰, 관용, 상호호혜주의 등 우호적인 감정을 말한다.
새로운 지방정부 리더십이 그동안 간과해 온 것은 위에서 언급한 비공식적 자원을 확대하기 위해 지방차원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점이다. 사회학자들에 따르면, 지역 NGO(비정부조직)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성장해 가야 한다는 것은 ‘신화’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나라 NGO들의 성장 역사를 보면, 이들은 정부의 지원과 비즈니스 사회의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했다. 한국의 중간 결사체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 국가 중에서 22위 정도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한국 NGO는 서울에 몰려 있다. 중앙집중화된 국가권력을 반영하여 나타난 현상이다. 따라서 비판적 시민사회의 성장은 지역단위에서 더욱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좋은 정부를 만들기 위해 지방정부는 지역 시민사회의 권력화 프로그램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중간 결사체의 성장을 돕기 위한 지방정부 차원의 재정지원, 지방정부의 용역 및 프로그램 배분, 평생교육원 등을 활용한 시민교육지원 사업, 도서관 사업 등을 통한 비판적 시민성장 프로그램 등이 시급히 진행되어야 한다. ‘NGO의 신화’는 마땅히 폐기되어야 한고, 시민 권력화 프로그램을 통해서 좋은 지방정부를 만들어 가야 한다.
2012-07-1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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