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한·미·일 삼각관계/이도운 논설위원

[씨줄날줄] 한·미·일 삼각관계/이도운 논설위원

입력 2012-08-25 00:00
수정 2012-08-25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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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특파원 시절이던 2005년 3월 17일. 아침 일찍 걸려 온 전화에 잠이 깼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의 언론담당관이었다. 평소 친절했던 그는 “어떻게 그런 기사를 쓰느냐.”고 쏘아붙였다. 독도 관련 기사에 대한 항의였다. 전날 밤 서울로 부임하는 미 외교관 2명이 워싱턴 지역 한국 교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한 교민이 “독도에 대한 입장이 뭐냐.”고 물었다. 두 외교관은 “리앙쿠르 문제는…”이라며 공식 입장을 설명했다. 그런데 공식 입장이란 것이 교민들에게는 일본을 두둔하는 것으로 들렸다. 그런 내용을 기사에 썼던 것이다.

그 기사 때문에 인터넷에서 ‘난리’가 나자 주한 미 대사관은 외교통상부 기자실에 “독도 문제와 관련, 일본을 두둔한 적이 없다.”는 해명서를 보냈다. 그러나 해명을 읽어 본 외교부 출입기자들은 “이런 해명 내용이 바로 일본을 두둔하는 것”이라고 또다시 비판하는 기사를 썼다. 지난 10일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이후 불거진 한·일 갈등의 와중에 미 측이 최대한 말을 삼가며 중립을 유지하려는 것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한·미·일은 동북아에서 묘한 삼각관계를 이루고 있다. 한·미, 미·일 간에는 동맹을 맺었지만, 한·일 간에는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기도 쉽지 않다. 미국과 일본은 전쟁을 벌였지만, 전후 일본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으로 인식돼 왔다. 한편으로는 한국의 국력이 커지면서 한·미 동맹의 중요성도 점차 부각되고 있다. 워싱턴의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미국 최고의 동맹국은 한국”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미국은 피를 흘리며 한국의 자유를 지켰고, 한국은 2차대전 이후 미국이 벌인 주요 전쟁에 모두 참가한 유일한 국가라는 것이다. 또 2000년대 중반 미 국무부 동아태국에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 캐슬린 스티븐스 부차관보, 성 김 한국과장 등 ‘친한파’ 인사들이 포진했던 시절에는 일본 측이 대놓고 미국의 동북아 정책에 불만을 표시한 적도 있다.

동맹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한·미·일 관계의 가장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는 중국에 대한 입장 차이다. 미국과 일본은 힘을 합쳐 중국을 견제한다는 전략적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미국·일본과의 삼각관계를 이어 가면서 중국과도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 때문에 더 심오한 전략과 더 많은 노력이 한국 외교에 요구되는 것이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2012-08-2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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