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선견지명의 심리학/임태순 논설위원

[씨줄날줄] 선견지명의 심리학/임태순 논설위원

입력 2012-12-19 00:00
수정 2012-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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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날을 예측할 수 있으면 아주 유용하다. 국제정세나 경기변동 등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수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내놓은 전망의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미국 버클리대의 심리학 교수 필립 테틀럭은 실증적 연구를 통해 이를 입증했다. 284명의 전문가들이 전망한 8만 2361건의 예측에 대해 10년 동안 진위를 살펴보니 ‘향후 2년 내 북한 붕괴’ ‘15년 내 원유 고갈’ 등 맞는 게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망이나 예측이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사람들은 자신의 눈이나 시각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는 편향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전망을 할 때 특정 요인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는 오류에 빠지기 쉽다. 자기중심성은 또 자신의 생각이나 가치관, 행동은 지극히 정상적이지만 타인은 비정상적이라는 편견을 갖게 한다. 사람들에겐 또 자기가 믿고 싶고, 보고 싶은 것만을 믿고 보려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 있다. 새로운 이론이나 현상·가치관은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배척되는데, 이러한 확증편향은 특히 전문가 집단에 많이 일어난다. 또 ‘기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가 정확한 판단을 흐리게 할 수도 있다. 어떤 상황에 대한 이유를 환경적 또는 특수한 외부 요인에서 찾지 않고 성향이나 성격 등 내적 요인에서 찾으려는 경향을 말한다. 2차 대전의 원인을 금융시장이나 자원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지 않고 히틀러로 단순화하는 것이 그 한 예다. 또 과거는 원근법으로 볼 수 있지만 현재는 균형감 있게 보기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 멀고 가까운 것이 확실하게 보이지만 한가운데 있을 때에는 크고 작은 것, 중요하고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 예측이 선견지명(先見之明)이 되기 어려운 이유다.

18대 대선을 맞아 정치평론가 등 전문가들이 여러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정치개혁 등 새 정치에 대한 변화의 욕구가 유독 강했다.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사건에 대한 경찰수사와 이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 등이 막판 표심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지도 궁금하다. 이 밖에 전문가들의 눈에 띄지 않지만 작고 새로운 것들이 유권자의 마음에 변화를 줬을 수도 있다. 이제 오늘 밤이면 그 결과가 나온다. 사람들은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그것은 과연 선견지명(foresight)이었을까. 하룻밤만 지나면 결과를 보고 해석하는 ‘후견지명’(hindsight)이 잇따를 것이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2012-12-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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