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대선 소회/이현정 정치부 기자

[지금&여기] 대선 소회/이현정 정치부 기자

입력 2012-12-22 00:00
수정 2012-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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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통령 선거를 취재하며 두 번의 대선후보 캠프 해단식을 지켜봤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전 후보에게 단일후보 자리를 양보한 안철수 전 후보의 해단식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패배한 문 전 후보의 해단식이다. 전자는 새로운 출발이었지만, 후자는 씁쓸한 퇴장이었다.

이현정 정치부 기자
이현정 정치부 기자
안 전 후보가 후보직을 사퇴했을 때만 해도 공황 상태에 빠졌던 안철수 캠프는 열흘 뒤인 지난 3일 해단식에서 다시 만나 서로를 격려하며 후일을 기약했다. 안 전 후보가 주인공이 아니었을 뿐 대선은 계속되고 있었고, 풀어야 할 과제도 많았다. 지지자들의 자살소동까지 있었지만 정작 캠프 구성원들의 분위기는 차분했다.

문재인 캠프의 21일 해단식은 시종일관 침통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문 전 후보가 나서 “후회 없는 정부를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던 개인의 꿈이 좌절된 것이지, 새 정치를 바랐던 1500만의 꿈이 좌절된 것이 아니다.”라고 다독였지만 침울한 분위기를 걷어내지는 못했다. “기자들은 (해단식에)왜 왔냐.”며 울분을 터뜨리는 자원봉사자들도 있었다. 일부 의원들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이정희 통합진보당 전 후보와 늦어진 후보단일화에 돌리기도 했다. 잃어버린 51.6% 대신 부여잡은 득표율 48%의 의미를 끊임없이 강조했다. “역사 앞에 큰 죄를 지었다.”고 말한 문 전 후보 외에 ‘반성’을 얘기하는 이는 찾기 어려웠다. 아름답지 못한 뒷모습이었고, 그래서 더욱 씁쓸한 퇴장이었다. 문 전 후보는 차기 대선에 재도전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몸 담은 진영은 달랐지만 문 전 후보와 안 전 후보는 닮은 점이 많았다. 신인 정치인이란 점에서 출발이 비슷했고, 맑은 성품을 지니고 있는 데다 소통 능력이 뛰어났다. 무엇이 두 정치인의 길을 갈라놓은 것일까.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진 문 전 후보에 비해 안 전 후보는 비교적 홀가분한 편이었지만, 충격이 더 크다고 마무리까지 어수선하란 법은 없다. 문제는 ‘몸 담은 진영’인 듯하다. 잘못을 외부로 돌리고 성찰하지 않는 정당에는 재도전도 과욕이 아닐까.

hjlee@seoul.co.kr

2012-12-2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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