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리를 떠난 꽃 한 송이
가파른 상처에 뿌리를 대고
진다
벼랑 끝에 이르러서야 자유로웠던 삶이
선 채로 죽음을 인수하고 있다
너를 만지던 눈으로
너를 안으면
뜨겁게 살아 빨리 늙은 여름이 풀썩 안겨온다
이름 없는 이에게는
눈물이 봉분이어서
젖은 눈 속에 너를 매장한 뒤
다독다독, 조금은 울어야겠다
2013-02-16 2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