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정부3.0과 복지부동 공무원/윤창수 정책뉴스부 기자

[오늘의 눈] 정부3.0과 복지부동 공무원/윤창수 정책뉴스부 기자

입력 2014-04-07 00:00
수정 2014-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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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수 정책뉴스부 기자
윤창수 정책뉴스부 기자
“누가 기자에게 이딴 걸 얘기했어?”

오전 8시 출근한 한 중앙부처 국장은 원하지 않는 내용의 신문기사가 보도된 신문 스크랩을 보고 직원들에게 호통을 친다. 하지만 오전 11시쯤이면 기자들에게 ‘정부3.0’ 관련 정책 브리핑을 하면서 장관이 결재한 서류도 모두 공개하겠다고 호언장담을 한다. 이게 박근혜 정부의 국정 기조인 정부3.0 정책이 실제 공무원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단면이다.

개방, 공유, 소통, 협력이 4대 요소인 정부3.0은 공공 데이터와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법률까지 제정해 비즈니스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하지만 진짜 핵심은 그동안 정보를 감추기에만 급급했던 공무원들의 사상개혁 운동이 바로 정부3.0이다. 그러나 아직도 모든 공무원들이 그 가치를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신문은 공무원연금공단이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올린 결산보고서를 인용해 100만 공무원 가운데 28만명 이상이 월급 500만원 이상을 받으며, 퇴직 이후에는 공무원연금도 월 216만원씩 받는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그러자 공단의 상급 부처인 안전행정부는 어떻게 이런 내용이 보도됐느냐며 공단 측을 질책했다. 공단 측은 “결산을 알리오에 올리라는 기획재정부의 지적에 직원이 미처 국회 감사를 받지 않은 보고서를 공개했다”며 서둘러 알리오에서 내려버렸다.

이어 “숫자만 있는 재무제표만 몇 장 공개했어야 하는데 공무원연금 장기 전략에 대한 공단 측의 입장이 담긴 방대한 보고서가 직원의 실수로 노출됐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실제로 결산보고서는 이미 국민 혈세가 지난해 2조원 가까이 연금 적자 보전을 위해 투입됐음에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1~2년분 공무원연금 지출액 수준인 책임준비금을 20조원 정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행부에서 정부3.0을 책임지고 추진 중인 고위공무원은 이렇게 털어놓았다. 예전에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를 위해 A란 자료를 요구하면, B란 내용에 대해 떠드는 자료만 제출했다. 의원이 그냥 넘어가면 다행으로 여기는 것이 그동안 공무원이 일하는 방식이었다고. 그래서 백과사전보다 두꺼운 책이 몇 권에 이르는 국정감사 보고서는 대부분 무의미한 숫자의 나열에 불과했었다. 공무원들은 정보를 공개했을 때 나에게 미칠 화를 두려워하기보다는 다 터놓고 내놓았을 때 공동의 지혜가 모이고 마음도 편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geo@seoul.co.kr
2014-04-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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