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작은 일에 감사하는 마음을/박종원 코리안리재보험 사장

[CEO 칼럼] 작은 일에 감사하는 마음을/박종원 코리안리재보험 사장

입력 2010-03-15 00:00
수정 2010-03-15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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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원 코리안리재보험 대표이사 사장
박종원 코리안리재보험 대표이사 사장
후두둑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속에서 10m 앞도 분간하기 힘들다. 어제도 종일토록 비를 맞으며 걸었고, 오늘도 새벽부터 벌써 7시간째 비바람을 뚫고 태백산을 걷고 있는 것이다. 등산화는 이미 물로 가득 차 묵직하고, 강풍 속에서 비옷은 무용지물이 되어 온몸이 흠뻑 젖었다. 8월 말인데 해발 1567m의 태백산 정상 천제단은 영상 6도, 세찬 비바람 속에 백두대간 종주대원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영하의 날씨였다.

허기와 피로감에 발이 무뎌진 일행은 숲 한편에 자리잡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나는 직원들과 ‘뜨시락’이라는 군용 비상식량을 꺼냈다. 음식 위로 쉴새없이 빗물이 떨어져 국물 반, 빗물 반이다. 그래도 비바람 속에서 빗물 섞인 밥을 먹으며 직원들은 웃음소리와 함께 지나온 산길에 대한 무용담으로 떠들썩하다. 보통 때 비싸고 맛있는 음식에 익숙해졌을 신세대들이 거칠고 맛없는 음식을 맛있게, 행복하게 먹는다.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행복하게 만들었을까. 힘든 고난의 길을 해냈다는 보람, 그리고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이 감사의 마음을 갖도록 한 것이다. 나는 그날의 힘들었던 경험을 통해 감사는 이렇게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함을 느꼈다.

이 깨달음은 “범사(凡事)에 감사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범사란 말 그대로 흔하게 일어나는 보통의 일을 의미한다. 시험에 합격하거나, 결혼하거나, 내 집을 장만하거나, 로또에 당첨되는 것같이 특별히 좋은 일에만 감사하는 것이 아니다. 어렵고 힘든 현실과 평범한 일상 속에서 생기는 일도 무심코 지나치지 않고 잘 생각해 보면 의외로 사소한 부분에서도 행복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아침에 날씨가 화창할 때, 직장 동료들의 밝은 모습을 볼 때, 반가운 친구로부터 안부전화가 올 때 나의 마음에 기쁨과 즐거움이 찾아온다. 이럴 때마다 삶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그렇게 감사하는 마음은 또다시 내게 큰 행복감을 주고, 남들에게도 행복 바이러스로 번져간다.

우리는 얼마 전에 아이티의 강진으로 인한 참상을 안타깝게 지켜보았다. 수많은 목숨이 희생되고, 겨우 걸음마를 뗐을 법한 어린 아이들이 부모를 잃고 거리에서 울부짖는 화면을 보며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지구 건너편의 우리는 풍족하고 평화롭게 살면서도 조급하고 각박하게 굴거나, 때로는 갈등과 다툼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한다. 어려움을 겪는 아이티 사람들이나 가난했던 1960~70년대를 떠올려 보더라도 우리는 현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갈등과 좌절을 주위 환경이나 남의 탓으로 돌리거나 원망하면 안 된다.

얼마 전에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선두다툼을 벌이던 성시백 선수와 이호석 선수가 결승점 앞에서 충돌해 눈앞의 메달을 놓쳤다. 열광하던 국민들의 실망도 컸지만 4년 동안 올림픽만을 바라보며 인내의 칼을 갈았던 어린 선수들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그러나 이런 사고를 당해도 더 크게 다치지 않고 그 정도로 끝난 것에 한편으로는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결국 두 선수는 다시 심기일전해서 다음 시합에서 값진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이처럼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남에게 피해를 당했어도 ‘그나마 그 정도가 다행’이라 생각하고 감사할 때 또다시 삶의 의욕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감사는 행복의 시작이다.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개개인이 감사하고 행복해할 때 그 사회는 밝고 명랑하고 살기 좋게 될 것이다. 우리 삶의 기초는 바로 감사와 사랑인 것이다. 근래 들어 가장 추웠던 긴 겨울이 지나고 봄기운이 감돌고 있다. 우리 앞에 놓인 따뜻한 햇살과 작은 평화에 대해서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봄이 어떨까.
2010-03-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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