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온 국민의 믿음을 저버린 사건이 있었다. 국민의 따뜻한 성금을 모아 불우이웃에게 건네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비리였다. 배신감에 사로잡힌 국민들은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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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석 ktis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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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석 ktis 대표이사
보건복지부의 감사 결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원들은 지난 3년간 182차례에 걸쳐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업무와 상관없는 스키, 래프팅, 바다낚시 비용으로 2800만원 이상을 지출했다고 한다. 또 124차례에 걸쳐 2000여만원을 유흥주점, 나이트클럽 등에서 사용하기도 했다.
일부 지역에선 사망자에게 성금이 지급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7억여원의 성금은 지급되는 과정에서 그 내역이 명확하게 기록되지 않았다. 성금을 받아야 할 5000여명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성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네티즌들은 ‘사랑의 열매’를 ‘비리의 열매’, ‘유흥의 열매’ 라고 빈정거리기까지 한다. 다시는 모금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이는 사람들도 있다. 일각에선 다른 모금 기관도 불신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모금을 기피하는 또 다른 사회적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는 성금 모금기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최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지역사회교육포럼에선 ‘우리 사회가 경쟁과 존중이 공존하는 건강한 공동체라고 답한 국민이 전체의 29.2%에 불과하다’는 설문결과가 발표됐다. 전국 35개 도시 성인 남녀 44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다.
조사에선 대기업과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우리 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잘 수행한다’는 답변은 7%에 불과했고, ‘공직자와 정치인이 법과 시민을 존중한다’는 응답은 5.2%에 그쳤다.
이러한 사회적 불신을 없애기 위해선 사회를 이끌어 가는 리더인 정부, 기관, 대기업 등에서 먼저 공정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다양한 비리나 윤리적 문제가 터지면 그제서야 고치고 수습하는 모습을 보여선 곤란하다. 이른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상시 윤리감사 체계를 갖춰 ‘사고’를 예방하고, 신상필벌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기업과 정치인에 대한 불신은 연예계로까지 번졌다. 인기가수 타블로에 대한 학력 논란은 방송을 통한 진위 검증과 미국 스탠퍼드대학 졸업생 인증을 거쳐서야 사그라졌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촌극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연말이다. 정부와 기업들은 연말연시를 맞아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자.’며 다양한 연례 행사를 벌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에선 많은 사람들이 행사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 이유는 기업 이미지 제고다. 기업이 봉사활동을 하거나 기부금을 냈다고 해서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는 없다. 고용을 늘리거나 탈세하지 않고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업 홍보를 위한 도구로 사회공헌 활동을 활용하지 말아야 한다. 다시 말해 진정성에 의심을 사지 않아야 한다.
기업이 그만큼 성장한 데는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직원의 노력도 있었다. 그러나 국민들이 믿어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 성과를 이 사회와 공유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이런 관점에서 출발하는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의 진정한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일회성 이벤트나 계절성 연례행사는 지양해야 한다. 이 사회에서 공정한 분배가 되지 않고 있는 빈틈을 찾아 꾸준히 기업 활동의 과실을 환원해야 한다. 기업 성장과 사회 성장을 동일선상에서 보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해 나간다면 기업에 대한 불신의 시선은 사라질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서로 연결된 하나의 네트워크다. 내가 갖는 진정성은 언젠가 내게 진정성의 회신으로 돌아올 것이다.
2010-11-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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