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최흥집 강원랜드 사장

[CEO 칼럼]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최흥집 강원랜드 사장

입력 2012-10-29 00:00
수정 2012-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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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모두들 어렵다고 말한다. 전 세계적 금융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리스에 이어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위기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동중국해의 무인도와 암초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영토분쟁은 세계 경제에 새로운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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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집 강원랜드 사장
최흥집 강원랜드 사장
국가경제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부동산가격 하락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휴일 영업을 둘러싼 대형마트와 재래시장 간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제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요구 수준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나, 개인의 입장에서나 온통 풀기 어려운 문제에 둘러싸인 형국이다.

한마디로 위기(危機)의 시대이다. 위기는 ‘위험’을 의미하는 위(危)자와 ‘기회’를 뜻하는 기(機)자가 합쳐진 말이다. 위기라는 말에는 위험과 기회라는 이중의 의미가 함께 들어 있다. 위험을 이겨낸 사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말이다.

기회를 잡는 데 필요한 것이 지혜(知慧)이다. ‘삼국지연의’에 촉나라를 무너뜨린 등애(鄧艾)의 이야기가 나온다. 우여곡절 끝에 위나라의 정권을 장악한 사마소는 종회를 대장으로 하여 등애와 함께 촉나라를 공략하게 한다. 이에 종회와 등애의 군대는 촉나라를 향해 나아가고, 촉나라는 강유에게 병사를 이끌고 전략의 거점인 검각을 방어하게 한다. 나라의 운명을 짊어진 촉군의 결사적인 저항에 막혀 촉군과 위군은 검각에서 대치하게 되었으며 결국 군량이 부족해진 위나라 군대는 회군을 결정하였다.

이때 등애가 검각을 우회해 촉을 계속 공략할 것을 제안했다. 촉나라의 산세는 이백이 ‘촉도난’(蜀道難)에서 푸른 하늘에 오르는 것보다 힘들다고 할 정도로 험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위험을 극복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믿은 등애는 자신의 부대를 이끌고 인적이 끊긴 산과 골짜기에 길을 새로 만들면서 계속 진격했다.

행군 중 등애의 부대는 수십m가 넘는 낭떠러지를 만나, 되돌아갈 수 없고 나아갈 수도 없는 지경에 처했다. 이 진퇴양난의 위기에서 등애는 담요로 몸을 감싼 채 밧줄을 타고 낭떠러지를 내려가는 지혜를 발휘했다. 이렇게 위기를 극복한 등애는 촉의 수도인 성도를 공격할 수 있게 됐으며 마침내 촉나라의 항복을 받아낸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이환위리’(以患爲利)의 계책처럼,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든 것이다. 불과 15년 전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겪었고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았다. 지금 우리는 세계 경제의 모범으로 꼽히고 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모든 국가들의 신용도가 하락하고 있는 때,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은 이례적으로 한국의 국가신용도를 상향조정했다. 어려움을 기회로 바꾼 결과이다.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얼굴이다.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위기는 있다. 정치에도 늘 위기는 있었고, 사회,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도 어려움은 항상 존재해 왔다. 이 위기를 이겨낸 사람이 성공하고, 위기를 이겨낸 기업이 경쟁에서 승리한다. 어려움을 이겨낸 나라가 자신에게 주어진 무대에서 주역이 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역사 속에서 배울 수 있다.

그리스신화에 카이로스라는 ‘기회의 신’이 있다. 그는 풍성한 앞머리에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는 뒷머리, 어깨와 발뒤꿈치에는 날개를 가진 특이한 모습의 신으로 표현된다. 그가 가진 풍성한 앞머리는 ‘기회는 누구라도 쉽게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의 머리카락이 없는 뒷머리는 ‘기회는 한 번 놓치면 두 번 다시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가 가진 날개는 기회란 빨리 지나가는 것을 상징한다.

위기가 있는 만큼 기회도 주어진다. 다만 그 기회를 잡기 위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지혜이다. 그리고 그 지혜를 행동으로 옮길 때, 우리는 성공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2012-10-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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