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의미있는 변화와 혁신, 누가 시작할까/안혜련 주부

[옴부즈맨 칼럼] 의미있는 변화와 혁신, 누가 시작할까/안혜련 주부

입력 2014-10-22 00:00
수정 2014-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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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을 2년 가까이 구독하고 있다. 그동안 눈길 한번 가지 않았던 면이 두 면 있다. 서울신문만이 아니라 어느 신문을 막론하고 요사이 그 두 면에는 눈길이 가지 않는다. 인터넷 검색과 휴대전화 이용이 일상화되고 홈쇼핑과 종합편성채널이 늘 우리 곁에 있게 된 최근 몇 년 사이에 생긴 변화다. 광고에 던지는 단 몇 초의 시선조차 받지 못하는 두 개의 지면, 그것은 TV프로그램 편성면과 증권시세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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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련 참문화사회연구소장
안혜련 참문화사회연구소장
어느 한 채널, 어느 한 개의 프로그램을 정해놓고 찾아서 보는 것이 언제 적 일인지 모른다. TV를 켜는 순간 우리는 온갖 뉴스와 광고와 영화와 드라마에 둘러싸인다. 손끝만 까딱하면 보기만 해도 엔도르핀이 샘솟는 멋진 연예인들이 내게 웃음을 보내고, 손끝만 까딱하면 화려한 경력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세계경제 분석과 주식 시황을 실시간으로 전해주며 내 돈을 확실히 불려줄 것만 같다. 손안에 휴대전화가 있을 때는 TV조차 거추장스럽다. 손가락 몇 번 쓱쓱 하면 온갖 정보와 지식과 연예계 정보가 마구 밀려온다. 별도의 추가 요금 없이.

새로운 변화는 어느 것에서나 시작된다. 그리고 누군가 그 변화와 혁신을 시도하고 시작한다. 혁신이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 새롭게 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은 너무도 당연시되는 신문의 가로쓰기도 1980년대 중반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990년대 증면 경쟁이 가열되면서 12면이었던 지면이 48면까지 늘어나고 1995년 10월 중앙일보가 섹션체제를 도입해 전면 가로쓰기를 시도하면서 본격적인 가로쓰기로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2009년 3월 일간지 판형을 베를리너판으로 바꾼 중앙일보의 시도도 획기적이었다. 현재 프랑스의 르몽드(Le Monde), 영국의 가디언(The Guardian), 이탈리아의 라 레푸블리카(La Republica), 스페인의 스탐파(La Stampa) 등이 채택할 만큼 베를리너판은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윤전기 교체 시기라는 현실적 문제로 가로쓰기만큼의 파급력은 갖지 못하는 것 같다.

수십 개의 TV채널과 내 손안의 모바일이 동영상과 실시간 정보를 전해주는 시대다. 아침마다 신문의 엷은 잉크 냄새로 하루를 시작하던 일은 이제 어쩌면 추억 속의 한 장면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신문에서 새롭게 얻는 정보와 지식, 신문지에 그냥 버려지는 정보의 차이는 무엇일까. 신문은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그 차이를 찾고 차별화를 이뤄낼 수 있을까. 속도와 영상에서 방송과 휴대전화 같은 매체를 따라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인 이상, 신문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실시간 정보들을 유의미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읽히지 않는 지면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대중성을 담보하면서도 정보 가치가 높은 지면 만들기를 고민해야 한다.

방송과 온라인과의 연계성을 지속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필요한 한 대안일지도 모른다. 일부 종합편성채널에서 시도하고 있는 일간지 신문기사 비교 분석을 역으로 접근해 신문에서 각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을 비교분석할 수도 있고, 인터넷에서 호응이 좋은 무명작가들에게 소설이나 소품을 연재할 지면을 제공할 수도 있다. 경쟁적으로 개최되는 방송사 각종 오디션, 체험 프로그램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아이템 위주로 풀어보아도 좋겠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고민해서 서울신문이 의미 있는 변화와 혁신을 하나라도 먼저 시작해 보길 기대한다.
2014-10-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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