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떨다, 털다/이경우 어문팀장

[말빛 발견] 떨다, 털다/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7-09-13 17:24
수정 2017-09-13 18:1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어문팀장
재떨이? 재털이? 대부분 ‘재떨이’로 잘 알고 쓴다. ‘먼지떨이’와 ‘먼지털이’에서는 조금 헷갈린다. 국어사전은 ‘먼지떨이’가 바른 표기라고 알려 준다. 고개를 갸웃하면서 받아들이는 일이 흔하다. ‘먼지털이’가 더 많이 쓰일지도 모른다.

‘먼지를 떨다’와 ‘먼지를 털다’를 비교해 보면 더 그럴 것 같다. ‘(먼지를) 떨다/털다’에서는 ‘털다’가 우세하다. 국어사전들만 ‘먼지를 떨다’라고 하는 듯하다. 주위에도 ‘먼지를 털다’라고 쓰는 사람이 훨씬 많다.

‘떨다’는 ‘바람에 잎이 떨고 있다’, ‘몸을 부르르 떨었다’, ‘떨리는 목소리’ 같은 것들이다. 이렇게 ‘떨다’에 달린 행위나 동작은 크지 않고 작다. 작고 빠르게 흔들리는 게 ‘떨다’인 것이다. 작은 것들을 떨어지게 하는 것도 ‘떨다’가 된다. 그래서 ‘재떨이’, ‘먼지떨이’, ‘먼지를 떨다’가 됐다.

‘털다’는 행위나 동작이 크다. ‘옷을 털다’, ‘이불을 털다’, ‘곰방대를 털다’라고 한다. ‘훌훌 털어 버리다’라고 할 때는 ‘말끔히 정리하다’라는 뜻이 된다. ‘은행을 털다’는 ‘모조리 뒤져서 훔친다’는 뜻이니 작지 않은 행위다.

이렇게 보면 ‘먼지를 털다’는 부적절해 보인다. 그래도 ‘먼지’는 ‘턴다’고 하는 쪽이 더 많다. 먼지는 작은 것인데도 ‘털다’라고 한다. 국어사전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지만, 일부 사전은 ‘먼지를 털다’를 제시해 놓았다.

2017-09-14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