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ㅎ의 축약과 탈락/이경우 어문부장

[말빛 발견] ㅎ의 축약과 탈락/이경우 어문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9-02-13 23:06
수정 2019-02-21 09:4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목청(성대)을 좁힌다. 숨을 내쉬며 목청의 가장자리를 마찰한다. 이때 목청은 자유롭게 늘어나기도 한다. 받침일 때는 ‘ㄷ’ 소리와 같은데, 혀끝을 윗잇몸에 붙인다. ‘ㅎ’ 소리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소리 나는 장소가 목청이어서 ‘ㅇ’처럼 목구멍을 본떠 만들었다. 다만 더 세게 나는 소리여서 ‘ㅇ’에 획을 더했다.

‘ㅎ’은 다른 소리와 합쳐지면 거센소리가 나게 한다. ‘ㅎ’과 만나는 ‘ㄱ’은 ‘ㅋ’, ‘ㅈ’은 ‘ㅊ’으로 변한다. 박하[바카], 맺히다[매치다]로 소리 난다. ‘온전하지’는 ‘온전치’로 줄어든다. 이와 반대로 약해질 때도 있다. ‘탐탁하지’를 줄일 때는 ‘탐탁지’가 된다. ‘온전치’ 같은 말들이 보이는 시각적 영향 때문에 [탐탁치]로 소리 날 것 같지만, 실제는 [탐탁지]가 된다. 여기서는 ‘ㅎ’이 허망하게 사라져 버린다. 표준 발음도, 표기도 ‘탐탁지’가 됐다. 앞쪽의 ‘ㄱ’이 ‘ㅎ’과 뒤쪽의 ‘ㅈ’이 합쳐지는 걸 방해한다. 마찬가지 이유로 ‘녹록지’, ‘갑갑지’로 나타난다. ‘생각하다 못해’는 ‘생각다 못해’가 된다.

‘ㅎ’은 ‘ㄴ’과 ‘ㅁ’처럼 부드러운 소리 앞에서도 힘없이 사라진다. ‘노랗다’이지만, ‘노라니’, ‘노라면’으로 활용된다. ‘ㅎ’은 약하다. ‘ㅎ’이 받침인 명사도 ‘히읗’ 하나다.

wlee@seoul.co.kr
2019-02-14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