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약주/이경우 어문부장

[말빛 발견] 약주/이경우 어문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9-07-10 21:18
수정 2019-07-11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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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주’와 관련한 이야기 하나. 서울 중림동 일대는 약현(藥峴)이라고 불렸다. 만리동에서 충정로3가로 넘어가는 고개 이름이었는데, 이 주변에 약초를 재배하는 밭이 있었다고 전한다. 호가 약봉(藥峯)인 조선시대 문신 서성은 이 동네에서 자랐다. 그의 호는 이 지명에 자연스레 영향을 받는다. 또 ‘약봉’은 ‘술’을 점잖게 이르는 말인 ‘약주’와도 이어진다.

약봉의 어머니 이씨는 남편을 잃은 뒤 약현에 자리를 잡는다. 사람들은 그의 집을 ‘약봉댁’이라고 불렀다. 그는 음식 솜씨가 아주 뛰어났는데, 누구나 믿고 찾는 약과를 만들었다. 더욱이 그가 만든 술은 최고의 명품이었다. 손님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고, 더욱 널리 알려져 나갔다. 술은 곧 ‘약봉가’(藥峯家)에서 만든 술 ‘약주’가 최고가 됐다. 그렇게 해서 ‘약주’는 술의 대명사처럼 됐다.

이런 식의 명칭들은 가까이에 또 있다. ‘백호’(backhoe)를 뜻하는 ‘포클레인’은 이것을 생산하는 프랑스 회사 이름 ‘포클랭’에서 왔다. ‘호치키스’는 본래 ‘스테이플러’였지만, 이를 만든 회사 이름 ‘호치키스’가 대신한다. 북녘에선 ‘에스키모’가 아이스크림을 가리키는데 본래 상표명이었다. 가까운 말들이 쉽고 힘이 더 세다.

2019-07-1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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