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어느 해거름/진이정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어느 해거름/진이정

입력 2017-03-17 18:14
수정 2017-03-18 00:4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어느 해거름/진이정

멍한,

저녁 무렵

문득

나는 여섯 살의 저녁이다

어눌한

해거름이다

정작,

여섯 살 적에도

이토록

여섯 살이진 않았다

아직 여섯 살이 되지 않아서, 나는 큰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밥을 안치고 청소기를 돌리고 책상에 앉아 달력을 보았다. 아직 나는 마흔 살. 대출금 상환일과 가족의 생일이 동그랗게 묶여 있는 시간을 짚어 보다 창문을 열었다. 잉어 떼처럼 우글거리는 오후의 볕 너머로 조금씩 서른 살이 지나가고 스무 살이 지나가는 것을 오래 지켜보았다. 열두 살 적보다 더 열두 살 같은 마흔네 살의 열두 살이 지나가는 것을….

정말 우리는 되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매일매일 같은 물속에 더 무거운 추를 들고 뛰어들 듯이. 매일매일 더 무거운 인생이 뛰어드는 몸을 이끌고 하나의 순간을 다르게 살아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까닭 없이 멍한, 쓸쓸하고 서럽고 적막하고 슬픈, 모든 이유가 그래서일 거라고…그래서 우리는 여섯 살 적보다 더 여섯 살 같은 시간을 날마다 살아 내는 거라고…오늘도 마흔네 살의 저녁은 도착하는지도 모른다.

신용목 시인

2017-03-18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