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눈먼 말/박경리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눈먼 말/박경리

입력 2018-11-01 17:26
수정 2018-11-0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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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말 / 박경리

글 기둥 하나 잡고

내 반평생

연자매 돌리는 눈먼 말이었네

아무도 무엇으로도

고삐를 풀어주지 않았고

풀 수도 없었네

영광이라고도 하고

사명이라고도 했지만

진정 내게 그런 것 없었고

스치고 부딪치고

아프기만 했지

그래,

글 기둥 하나 붙들고

여기까지 왔네

-

내 친구 하나는 결혼하여 일남일녀를 낳았다. 아들 이름은 길상이었고 딸 이름은 서희였다. 아마도 세상에 태어나 제일 잘한 일일 것이다. 토지를 읽을 때 한국인으로서 많이 행복했다. 역사와 인간에 대한 사랑, 지난한 삶의 냄새가 펄벅의 대지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했다. 5공화국 시절 서희는 많은 한국인들의 마음의 연인이었다.

죽는 순간까지 연자매를 돌리는 말. 경리 이모가 만든 이 비유. 세상의 어떤 시인도 만든 적 없는 비유. 이모 잘 살고 계시지요. 한 번도 얼굴 본 적 없는 조카는 오늘 밤하늘의 별을 보며 이모가 살고 계실 마을을 생각해요. 그곳에선 부디 연자매 돌리지 마세요.

곽재구 시인
2018-11-0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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