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범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새해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보현산천문대의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겨울의 대(大)삼각형을 이루는 오리온자리와 작은개자리, 큰개자리가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그 위로는 마차부자리와 황소자리, 플레이아데스 산개성단이 선명했다. 연구동 지붕 위로는 북두칠성이 수직으로 고개를 들고 떠있었으며, 북극성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는 카시오페이아자리가 놓였다. 이런 밤하늘의 별자리를 88개로 명확하게 규정한 것도 국제천문연맹이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자리의 모양은 같아도 밤하늘이 밝아져서 볼 수 있는 별의 수가 확연하게 준 것은 아쉬움이 크다.
겨울 천문대가 추운 것은 특이한 상황은 아니지만 영하 15도 아래로 뚝 떨어지면 견디기가 쉽지 않다. 하늘이 맑아 별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서고 싶어도 무척 망설여진다. 위아래로 옷을 하나씩 더 껴입고 모자와 장갑까지 완전 무장을 한 후 몇 번이나 마음을 다잡고 나야 가능하다. 가끔 카메라나 천체망원경을 다루기 위해 장갑을 벗으면 찬 공기에 손가락이 끊어질 듯 엔다.
조금 습한 날은 카메라 렌즈에 핫팩을 붙여 성에가 끼지 않도록 대비하고 삼각대에는 무거운 돌을 매달아 바람에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한다. 겨울에는 별을 담기에 여러 가지로 신경 쓸 일이 참 많다. 보현산천문대에 있는 국내 최대 1.8m 망원경을 이용한 관측도 어려움이 따른다. 영하 15도 이하로 뚝 떨어지면 관측기기가 오작동할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관측을 포기해야 한다.
겨울 밤, 맑은 날이면 거의 14시간을 창문 하나 없는 관측실에서 밤을 세워야 하는데 초롱초롱한 별을 보면서 관측을 못하면 정말로 억울하다. 어쩌겠나. 그 또한 천문학자의 숙명인 것을…. 그래도 긴 겨울밤에 별이 있어서 행복하다.
2019-02-12 2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