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우리말] ‘염두해’가 아님을 염두에 둬야/오명숙 어문부장

[똑똑 우리말] ‘염두해’가 아님을 염두에 둬야/오명숙 어문부장

오명숙 기자
입력 2020-12-23 20:24
수정 2020-12-24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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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에서 국민과 소통하는 국회의원 의정활동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향후 상당수 의원이 확진되거나 자가격리돼 국회 운영이 마비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달 초 국회의 비대면 원격 화상회의 도입 필요성에 관해 국회의장이 발표한 입장문 내용이다.

위 문장에서는 ‘마음속에 어떠한 생각을 담아 두다’란 뜻으로 ‘염두해’가 사용됐다. 이 밖에도 ‘염두하다’란 표현은 “총선을 염두한 정치적 행보”, “재선을 염두하고 내놓은 구상” 등처럼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말이다. 관련 표현을 검색해 보니 2000년대 중반부터 ‘염두하다’란 형태가 등장했다. ‘염두에 두다’를 발음이 비슷한 ‘염두해 두다’로 잘못 쓰기 시작한 것이다.

‘염두’(念頭)는 한자 뜻 그대로 ‘생각의 머리(시작)’이다. ‘의중’이나 ‘심중’과 비슷한 뜻으로 사전적 뜻풀이는 ‘마음속’, ‘생각의 시초’이다. 주로 ‘염두에 두다’, ‘염두에 없다’, ‘염두 밖의 일’ 등처럼 쓰인다. ‘염두’에 접사 ‘-하다’가 붙은 꼴인 ‘염두하다’는 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 말이다. 따라서 “총선을 염두한 정치적 행보”나 “재선을 염두하고 내놓은 구상”은 “총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행보”, “재선을 염두에 두고 내놓은 구상”으로 써야 한다. 당연히 “최악의 상황을 염두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도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로 고쳐 쓰는 게 옳다.

oms30@seoul.co.kr

2020-12-2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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