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우리말] 과잉 존댓말/오명숙 어문부장

[똑똑 우리말] 과잉 존댓말/오명숙 어문부장

오명숙 기자
입력 2021-02-17 17:12
수정 2021-02-18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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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하신 음료 나오셨습니다.”

존댓말은 어떤 대상을 높일 때 사용하는 말로 ‘진지’, ‘댁’, ‘드리다’, ‘주무시다’, ‘-님’ 등을 쓰는 경우와 ‘-시-’, ‘-요’ 따위 높임의 어미를 쓰는 경우가 있다. 사람이 주어일 때는 간단하지만 그 이외의 것이 주어일 때는 간접높임법이라 하여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즉 주어와 관련된 대상을 높일 경우에만 올바른 경어법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는 수염이 많으시다”에서 서술어 ‘많으시다’가 직접적으로 높이는 것은 ‘수염’이지만 이는 실제 높임의 대상인 ‘할아버지’와 간접적으로 연결된다. 예문에 나와 있는 ‘음료’는 간접높임의 대상이 아니므로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라고 해야 바르다. 요즘 이 같은 엉터리 존댓말을 곳곳에서 들을 수 있다.

지난해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이 한글날을 맞아 알바생 21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알바생의 79.8%가 ‘엉터리 존댓말’을 사용해 본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런 말을 쓰지 않으면 불친절하다고 여기거나 항의하는 손님들이 간혹 있어 어쩔 수 없이 쓰고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체의 과당경쟁에 따른 지나친 친절 강요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알바생들이 근무 중 사용해 본 엉터리 높임말에는 ‘이렇게 하시면 되세요’, ‘그 메뉴는 안 되세요, ‘이 제품은 할인이 안 되세요’ 등이 있다. 과잉 존댓말이다.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그 메뉴는 안 됩니다’, ‘할인이 안 됩니다’라고 하면 족하다.

oms30@seoul.co.kr

2021-02-1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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