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경기도지사의 골프장 인허가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양측은 무더기 인허가 주체를 놓고 위증 논란까지 벌이며 티격태격하고 있다. 누가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기 전에 논란 자체가 부적절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인허가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발빼기 경쟁이나 다름없다. 양측은 자신들의 행정행위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비겁함을 드러내는 행태임을 알아야 한다. 어떤 방식이든 행정적 판단이나 결정을 내렸다면 누구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방은 김문수 지사가 승인한 38건을 놓고 말꼬리 물기식, 숫자 다툼으로 벌어지고 있다. 물론 김 지사는 손학규 대표가 인허가했고, 자신은 도장만 찍었다고 발을 빼려고 한 게 화근이 됐다. 인허가가 아니라 입안이라고 뒤늦게 해명했지만 이미 논란을 자초한 셈이 됐다. 이를 놓고 위증 논란에, 인허가를 몇 건씩 내줬느냐 등 2라운드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그 자체가 본질은 아니다. 서로 다투고 있는 숫자 속에는 행정책임이 깔려 있는데도, 양측은 그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김 지사 측이 마지막 관문인 최종 허가권을 행사해 놓고도, 손 대표 측에 책임을 돌리려 한다면 떳떳지 못하다. 손 대표 측이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도록 행정 절차를 승인해 주고도 김 지사 탓만 한다면 역시 마찬가지다. 입안이든, 최종 승인이든 행정행위다. 그런데도 서로 책임을 떠넘긴다면 하늘 보고 침뱉기나 다름없다.
김 지사나 손 대표는 대권 주자들이다. 골프장을 곱게 보지 않는 시선을 의식해 조심스럽게 접근하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법대로, 규정대로 행정 절차를 밟았다면 당당히 처신하면 그만이다. 입안이든, 최종 승인이든 정당한 근거를 제시하면 될 것이다. 이는 대권 주자에겐 더 요구되는 덕목이다. 책임 공방보다는 비전 경쟁이 더 낫다. 두 사람이 꿈꾸는 국정은 골프장 인허가와 차원이 다르다.
2010-10-1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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