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종교계 ‘정치적 갈등’ 자성과 지혜로 풀어라

[사설] 종교계 ‘정치적 갈등’ 자성과 지혜로 풀어라

입력 2010-12-14 00:00
수정 2010-12-14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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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의 내우외환이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불교계는 현 정부에 등을 돌리며 여권 인사의 입산을 거부하는 산문(山門) 폐쇄로 초강수를 던지고 나섰다. 가톨릭계는 4대강 사업을 둘러싸고 찬반 소용돌이에 빠지면서 최고 어른인 추기경마저 공격하는 ‘자해식 논란’을 벌이고 있다. 종교계가 안팎으로 빚는 갈등 양상은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최악의 상황이다. 현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제자리를 잡아야 할 때다.

여권은 불교계와 소원해진 관계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템플스테이 예산 지원을 여러 차례 약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를 챙기지 못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현 정부 들어 불교계가 홀대 받는 것으로 인식할 만큼 갖가지 일들이 벌어졌고, 템플스테이 예산문제가 이를 폭발시킨 것이다. 불교계가 단지 돈 몇푼에 이처럼 등을 돌리게 된 것만은 아니다. 불교계의 이반을 가져온 원인은 정부·여당에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정진석 추기경이 4대강 사업을 편드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원로사제와 정의구현사제단으로부터 호되게 당하고 있다. 사제단은 ‘추기경의 궤변’이라며 거칠게 대들고, 원로사제들은 ‘추기경의 과오’라며 서울대교구장직 용퇴를 요구한다. 이 모든 게 정치와 종교의 경계선이 모호해진 데서 출발한다. 현 사태의 심각성은 이같은 갈등이 종교를 넘어 정치적 갈등으로 확산된다는 점에 있다.

무엇보다 여권이 종교계 표심을 의식해 정치적으로 접근하면서 화근을 키웠다는 점을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종교계가 편향 시비를 제기할 만큼 적지 않은 실수를 저지른 과오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종교계 역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보편적 가치로 보기 어려운 세속적 이슈에 지나치게 깊숙이 관여하는 것이 과연 이 시대 종교의 본분인지를 되돌아 볼 일이다. 정치권의 자성과 종교계의 지혜가 절실하다.
2010-12-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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