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엽제 의혹 반미로 몰고가려 해선 안 된다

[사설] 고엽제 의혹 반미로 몰고가려 해선 안 된다

입력 2011-05-30 00:00
수정 2011-05-30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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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왜관 미군기지 캠프 캐럴 고엽제 매립 의혹에 대한 한·미 양국의 공동조사가 개시됐다. 조사단은 엊그제 화학물질이 묻혔다는 기지 내 ‘D구역’에서 지하수가 유입되는 곳 등 ‘필수조사대상’ 지역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에 들어갔다. 검사항목이 많아 정확한 조사결과가 나오기까지는 1주일 이상 걸릴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조사의 신뢰성이다. 한·미 양측이 공히 한 점 의문 없는 조사를 다짐했지만 국민의 불신감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제 막 조사가 시작된 마당에 환경부가 다이옥신 검출 논란에 대해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성급하게 발표한 것은 오히려 불신을 증폭시키는 어설픈 처사다. 파장이 우려되는 민감한 사안일수록 초동 대응을 제대로 해야 한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미군기지 환경사고는 1990년대 이래 간단없이 발생했다. 하지만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의 선언적 규정으로 말미암아 정부는 미군 측에 이렇다 할 책임 한번 변변히 묻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미군 또한 공동조사와 비용분담에 난색을 표하는 등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 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한·미 양국이 신속하게 공동조사에 나선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그만큼 고엽제 문제는 여타의 환경사고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비상한’ 사태라는 얘기다.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상을 파악하고 현실화할지도 모를 환경피해를 막는 일이다.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는 ‘사’(私)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 인사들은 캠프 캐럴 촛불문화제를 여는 등 벌써부터 한·미관계나 이념적 사안으로 몰고 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효순·미선양 9주기를 앞두고 반미 감정을 자극하는 불쏘시개로 삼으려는 의도마저 감지되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그동안 주한미군에 의한 환경사고 처리가 미진했다고 해도 일단 조사가 시작된 이상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물론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미군 측에 모든 법적·도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 일에 앞장서는 것이 바로 깨어 있는 시민, 의식 있는 정치인의 할 일이다. 섣부른 선동이 아니라 차가운 이성이 해결책이다.
2011-05-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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